제조와 판매를 분리한 가전 시장의 예도 들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제품을 하이마트에서 살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금융의 하이마트법'으로 불렸다.
사건 사고가 하나 터지면 그간 논의됐던 내용은 사라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분위기가 급변한다. '금융 상품' 앞엔 '약탈적'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판매와 거래 촉진은 약탈을 부추기는 행위다.
판매 관련 내용도 있지만 10년전 논의됐던 '금융의 하이마트' 수준으로 담긴다. 아마존, 쿠팡의 시대에 말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전제로 하지 않았기에 현실과 괴리된다.
# 금융소비자보호법 스토리를 떠올린 것은 지난달 24일 루나-테라 사태 관련 당정간담회 소식을 접하면서다. 정치권이 '핫이슈'를 놓칠 리 없다. 여당은 집합 명령을 내렸다. 가상자산(암호화폐)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국세청까지 불렀다. 그럴싸한 캐스팅이다.
가상자산 관련해선 거래소 대표들을 총출동시켰다. 코인 발행회사 대표나 스테이블 코인 전문가 등은 소환 대상이 아니었다. '루나 사태' 관련 회의인데 본질에 대한 관심은 없다는 의미였다.
예상대로 한풀이 대상은 코인거래소였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하에 질타가 이어졌다. "루나 가격이 폭락하는 데 거래를 멈추지 않아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다" "거래가 늘면서 거래소 배만 불린 것 아니냐".
'거래를 멈추면 그 투자자는 피해를 보지 않냐'는 항변은 묻혔다. 불려온 코인 거래소 대표들도 "그저 혼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고 씁쓸해했다.
한바탕 혼난 이들은 숙제를 받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율 규제안 마련이다. 중간 점검은 금융당국이, 최종 확인은 여당이 한다. 만족해한다는 소식에 걱정을 덜어낸다. 사고는 루나가 쳤는데 별개의 처방을 코인거래소보고 하라는 모양새라니.
# 현안 대응은 당연하다. 다만 그게 전부일 수 없다. 임시방편이 정책 기조가 되고 그 기조에 맞춰 임기응변이 되풀이된다. 가상자산 관련 법적 근거가 없는 현실에서 특히 그렇다.
정치권 압박에 밀린 금융당국은 우회적으로, 자율의 이름으로 코인거래소를 짓누른다. 은행 실명 계좌, 자율 규제 마련 등이 대표적이다. 여당은 '투자자 보호'를 내걸고 생색내느라 바쁘다. 괜히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 하는 코인거래소들은 고개를 숙일 뿐이다.
본질을 챙기기 버거우니 쉬운 길만 찾는다. 마냥 '투자자 보호'만 외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관심 밖이다. 디파이(Defi), 가상자산 커스터디(신탁),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등의 논의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가상자산 업계는 물론 증권사를 비롯 금융사들은 이것도 모른 채 '희망고문'에 빠진다. 디지털 자산도 결국 양 날개로 날지 못하면 망가질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미래를 준비할 능력이 없다면 최소한 현재라도 따라가야 할텐데. 코인 이슈가 터지면 코인 거래소를 불러 질타하는 게 2022년 대한민국이다. 코인거래소를 코인투자자보호재단으로 만드는 게 비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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