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독립한 칼리비르 빅딜에 플랫폼 기술이전 기대감↑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06.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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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비르, 지난달 로슈에 백시니아 기반 항암 바이러스 기술수출
신라젠 ' SJ-600' 플랫폼과 기술 특성·개발 주축 등 유사
관련 기술 가치 부각에 신라젠 계약 성과 가능성도 주목

신라젠 소속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라젠신라젠 소속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라젠


거래재개를 노리는 신라젠 (4,575원 ▼35 -0.76%)이 지난 2019년 회사로부터 독립한 칼리비르 이뮤노테라퓨릭스의 연이은 항암바이러스 기술수출 소식에 미소 짓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고유 플랫폼과 뿌리가 같은 기술로 성사된 계약인 만큼, 자체 플랫폼의 가치 역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항암 바이러스 전문기업 칼리비르 이뮤노테라퓨틱스는 지난달 23일 글로벌 제약사 로슈에 개발 중인 항암바이러스(OV)를 기술수출했다. 이번에 수출된 파이프라인은 전임상이 완료된 'VET™'(Vaccinia Enhand Template) 플랫폼 기술로,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양사 합의에 따라 비공개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20년에도 일본 아스텔라스와 최대 6억3400만달러(약 7860억원) 규모 항암 바이러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약 3년 전 독립해 현재는 연결고리가 없는 칼리비르의 기술수출 소식이 신라젠에 희소식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핵심 기술 뿌리의 유사성이다. 칼리비르가 기술수출한 항암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를 재조합해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살상하는 종양선택성을 가진 항암제의 일부다. 국내서는 신라젠이 과거 제네렉스 시절부터 개발을 이어온 분야다.

신라젠이 개발 중인 항암바이러스는 크게 두 가지 기술로 나뉜다. 미국 글로벌 제약사인 리제네론과 공동 연구 중인 펙사벡과 회사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SJ-600' 플랫폼이다. 미국과 국내에서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펙사벡은 연내 임상 종료가 전망되며, SJ-600은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전임상 마무리 시점은 3분기 내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칼리비르 기술과 연관성이 있는 기술은 SJ-600 플랫폼이다. 칼리비르가 이번에 기술수출한 플랫폼 기술과 같은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백본(Backbone, 핵심 물질)으로 한다. 칼리비르 항암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투여가 용이하고, 백본의 유전자 재조합이 용이해 다양한 항원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론적으로 단일 암종이 아닌 다수 암종을 공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헬레나 최 칼리비르 대표는 신라젠 최고 비즈니스책임자(CBO), 스티븐 손 최고 과학책임자(CSO)은 제네릭스를 공동설립했던 인물이다. 제네릭스는 펙사벡의 원개발사이기도 하다. 회사의 주력 구성원들 대다수 역시 펙사벡 개발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인원들이다. 두 기술자체가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그 특성과 근원이 유사한 만큼 칼리비르 기술수출 성과에 따른 기대감이 신라젠에도 반영되는 분위기다.

SJ-600은 상업화 측면에서 잠재력도 큰 편이다. 연구 파트너인 리제네론에 라이선스딜 우선권이 부여된 펙사벡과 달리, 모든 권리가 신라젠에 있다. 때문에 향후 계약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입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번 칼리비르의 기술이전 사례와 같이 전임상 종료를 앞두고 있어, 계약시점 측면에서의 환경도 우호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이후 항암바이러스 글로벌 기술이전 사례를 보면 총 13건 중 8건이 전임상 종료 이후 이뤄졌다"며 "신라젠이 기술수출이냐, 연구 확대를 두고 고민하겠지만 SJ-600 플랫폼 기술이 곧 전임상 종료를 앞두고 있고, 뿌리가 같은 기술이 잇따라 글로벌 파트너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신라젠 역시 계약 성과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SJ-600 플랫폼 기술은 현재 신라젠의 최대대주주인 엠투엔이 과거부터 눈여겨 봤던 기술이다. 신라젠 인수 계약 체결 배경 역시 엠투엔의 미국 신약 개발 전문가들로 구성된 바이오사업 파트너 그린파이어바이오(GFB)가 SJ-600 플랫폼의 가능성을 높이산 것이 크게 작용했다. 신라젠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바이오사업 진출을 선언한 엠투엔은 지난 2월 한국거래소로부터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신라젠의 경영정상화 및 거래재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SJ-600 플랫폼 기술은 국내 연구진이 오랜기간 항암바이러스를 연구하며 축적해온 노하우의 결실"이라며 "향후 전임상 결과에 따라 개발 방향 또는 비지니스적인 측면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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