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조합과 시공사업단 분쟁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사진제공=뉴시스
키 잡은 시공사업단…협상에서 유리한 위치 선점하려는 전략?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이 서울시 중재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이유가 협상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조합은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 해결의 키는 시공사업단이 쥔 상황이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은 사업비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지만, 시공단은 공사비 회수를 위해 건물에 유치권을 설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중재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사업대행자에 전권을 위임하는 사항을 총의 의결을 거쳐 결정한 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사업대행자 판단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담았다.
서울시와 국토부가 공사 중단 사태를 빚고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선다. 23일 오후 멈춰선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현장에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문구가 보이고 있다. 2022.05.23.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대행자(LH 또는 SH)가 들어오면 공사비를 얼마나 보장해줄 것인지, 공사 재개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지 시공사업단 측에서 재고 있을 것"이라며 "조합이 중재안을 모두 수용하겠다며 백기투항한 상태인데, 시공사업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확보하고 나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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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공사업단은 "조합 귀책에 따라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시공사업단은 기존 공사 변경계약에 명시된 공사비만 받았으면 될 일이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공사재개를 위한 모든 제반 사항이 계약에 반영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사태의 책임이 조합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합에 책임소재가 있음을 분명히 하려는 건 책임준공 의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공사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시공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보증을 받아 조합이 사업비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대신 시공사는 책임준공 의무를 진다. 정해진 기간 안에 준공을 마쳐야 한다는 의무인데, 이를 어기면 시공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다만 공사 지연의 책임이 시공사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경우 시공사는 손해배상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합에 책임이 있음을 짚고 넘어가려 한다는 설명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시공사의 잘못이 아닌 다른 이유로 공사 기간을 못 맞추는 경우에는 책임을 물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며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앞서 조합이 제기한 '계약무효 소송' 결과가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