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고객 발목 잡아라"…백화점 넘어 편의점·마트도 'VIP 마케팅'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6.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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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고객 충성심 고조시켜 '락인(Lock-in·자물쇠) 효과 구현'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 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사진=CU/사진=CU


"큰손 고객 발목 잡아라"…백화점 넘어 편의점·마트도 'VIP 마케팅'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 '꽃'의 한 구절이다. 시는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갈망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고자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이 같은 본능을 관통한 게 유통업계의 VIP 마케팅이다. 소비자는 돈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기효능감'을 느낀다. 소비자의 자기효능감을 북돋아 소비를 더욱 장려하는 방법이 '당신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Very Important Person·VIP)입니다'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VIP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업태는 백화점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모두 VIP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백화점들은 세계적으로도 VIP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약 10년 전 한국 백화점을 방문했던 이세탄, 미쓰코시, 다카시마야, 다이마루마쓰자카야, 한큐·한신 등 일본 백화점 업계 주요 대표들은 한국 백화점의 현주소와 노하우를 살피러 방한했는데, 한국이 VIP 고객을 특별히 대우하는 점에 주목했다.



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11.0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2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고객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1.11.0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국 백화점은 일찍이 대중 타깃이 아닌 VIP 고객층을 공략하며 VIP 라운지, 멤버십 혜택 등을 강화했다. VIP 고객은 충성고객으로서 고정적으로 방문해 구매하기 때문에 소비 심리 위축 시기에도 매출의 하방을 지지한다. VIP 유지를 위해 연간 구매조건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많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고객은 이 시기엔 소비를 줄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일본 J.프론트 리테일링의 백화점 회원 분석에 따르면 연간 10만엔(104만원) 이하 구매 고객 객단가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연간 100만엔(1040만원) 이상 구매 고객 단가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한국도 백화점 매출의 많은 부분이 VIP 고객에서 나온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VIP 매출 비중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32% 내외에 달하고, 롯데백화점이 27% 수준이다.



"큰손 고객 발목 잡아라"…백화점 넘어 편의점·마트도 'VIP 마케팅'
고객이 VIP 유지를 위해 더 구매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백화점 업계는 VIP 절대적 고객 수를 늘리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은 업계중 가장 먼저 20~30대 VIP 모객에 공을 들였다. 2017년 연간 구매금액 400만원 이상의 고객 대상으로 '레드' 등급을 만들었다. 레드는 다른 등급보다 진입장벽이 낮지만, 전용 주차 서비스나 생일 특별 할인 등 상위 VIP와 같은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용 휴게 공간도 이용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처럼 롯데백화점도 VIP 선정에 대한 최소 기준을 연간 구매금액 40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0~30대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의 '클럽 YP'(Young+VIP)은 구매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인 이들에 더해 기부 우수자, 봉사 활동 우수자 등이 가입 대상이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 MZ(밀레니얼+Z)세대 VIP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발레파킹, 명품 구매 시 6개월 무이자 서비스 등 맞춤형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와이 커뮤니티(Y Community)는 MZ세대 전용 유료 멤버십 서비스다. 가입비 10만원을 내면 10만원 상당의 웰컴 기프트를 받을 수 있고, 무료 음료나 주차 이용권 등 다른 VIP 회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4개월간 경험할 수 있다.

백화점의 VIP 멤버십 제도가 모객 효과가 큰 만큼 타 유통 업태도 속속들이 VIP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추세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지난해 VIP+ 멤버십을 론칭했다. 2개월 간 홈플러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60만원 이상 구매한 이들이 대상이다. VIP+ 회원이 되면 할인 쿠폰 지급, 생일 케이크 증정, 문화센터 강좌 우선 접수, 주차장 무료 주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롯데마트도 유사한 VIP 제도를 운영한다.


홈플러스 VIP+ 제도홈플러스 VIP+ 제도
편의점 업계도 VIP 제도 운영에 적극적이다. CU는 2019년 업계 최초로 멤버십 등급제를 신설하고 멤버십 앱 '포켓CU'에 'CU VIP 혜택관'을 오픈했다. 편의점인 만큼 VIP 문턱이 낮다. 3개월 연속 월 3만원 이상 구매시 VIP 등급으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CU 멤버십 활성 회원 310만명 중 31%인 100만명이 VIP다. VIP 고객은 멤버십 적립률이 일반 고객의 2배인 2%로 상향되고, 상품을 반값에 구입할 수 있는 VIP 전용 쿠폰을 받을 수 있다.

CU 관계자는 "VIP 회원의 객단가(고객이 1회 구매에 소비하는 금액)는 일반 회원 대비 1.3배, 비회원 대비 2.5배 높다"며 "VIP 회원이 일주일 평균 점포 방문 횟수는 6.7회로 하루에 한번 꼴로 편의점을 방문하는 셈인데 일반 회원과 비교하면 2.8배나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VIP 회원이 'MY 단골 점포'로 지정한 점포들의 상권을 살펴보면 반경 300미터 안에 타 브랜드 편의점이 위치한 경우가 33.9%에 달했는데, VIP 고객들은 편의점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CU를 선택하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며 "VIP제도는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는 락인(Lock-in·자물쇠)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므로 앞으로 혜택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지난해 멤버십 서비스 '더 팝(THE POP)'를 론칭하며 VIP 제도를 강화했다. VVIP, VIP, 패밀리, 웰컴 등급으로 운영되며 VVIP등급은 직전 3개월 실적 90만원, VIP등급은 60만원, 패밀리 등급은 3만원, 웰컴 등급은 3만원 미만의 구매 실적으로 나뉜다. 충성고객에겐 멤버십 리워드, 할인쿠폰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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