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경쟁기업 모아 원팀으로"…'탄소중립'에 사활 건 연구기관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6.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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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현대차·SK·LG 등 17개 기업과 '기술 동맹'
"산업계 규제 고충, 화학연이 정부에 전달"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이 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탄소중립 화학기술 연구협의체'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이 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탄소중립 화학기술 연구협의체'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지난해 551억달러(약 69조원) 수출 실적을 달성했던 석유화학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석유화학은 국가 주력산업이지만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 3할을 차지한다. LG화학·SK가스·롯데케미칼 등 산업계는 자체 경쟁력 제고와 함께 탄소중립 시대에 동시에 대비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석유화학 경쟁기업 17개사를 원팀으로 엮어 '탄소중립' 총력전에 나선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이미혜 화학연구원장은 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탄소중립, 지속가능 사회로 나아가려면 기업들에게만 탄소중립 전환 부담을 짊어지게 해선 안 된다"며 "연구협의체 출범 배경은 이런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정부에 통일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기업들은 탄소중립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각종 규제에 부딪혔다. 예컨대 폐플라스틱을 정제해 활용하려면 환경 규제를 푸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기업이 개별적으로 정부에 규제 해결을 요구하기엔 '이해충돌' 문제가 있어 산업계의 고충이 컸다.



이에 화학연구원은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국내 주요 대기업·중소기업 17개사와 '탄소중립 화학기술 연구협의체'를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포함하면 20개 기관이다. 이 협의체는 기업 간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정부에 산업계가 겪는 규제 고충을 한목소리로 전달할 창구가 될 전망이다.

'석유화학 산업계' 고충처리반 자처한 화학연구원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이 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탄소중립 화학기술 연구협의체' 출범 배경을 밝혔다. /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이 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통해 '탄소중립 화학기술 연구협의체' 출범 배경을 밝혔다. / 사진제공=한국화학연구원
이 원장은 "탄소중립이라는 난제에 도전하려면 신기술이 개발되어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법과 제도 등의 고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협의체 첫 번째 업무가 바로 화학산업 신기술 도입 과정에서 장애가 되는 제도를 혁신하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어 "그동안 동종 기업 간 경쟁 구도가 많았지만 이젠 탄소중립 시대의 기술을 함께 설계해야 하지 않나"라며 "화학연구원이 기업들의 기술을 분석해 기업들 간 중복되는 기술을 줄이고 공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협력 시너지를 만들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에 있는 탄소중립 기술의 혁신과 상업화를 촉진시켜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산업체의 의견을 모아 협의체가 출범한 건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연구협의체를 통해 현장 중심 기술개발 로드맵과 이를 지원하는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협력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자 한다"며 "화학연구원이 기업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연구협의체는 오는 9월부터 기술교류회를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 간 네트워킹, 해외 기업들과 접점을 만들어 '탄소중립' 대응은 물론 산업 주도권을 쥐겠다는 목표다. 아래는 연구협의체 참여 기관.

△금호석유화학 △단일가스켐 △롯데케미칼 △부흥산업사 △에코프로에이치엔 △코오롱인더스트리 △한화솔루션 △한화토탈에너지스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화승케미칼 △희성촉매 △DL케미칼 △GS칼텍스 △LG화학 △SK가스 △SK이노베이션 △과기정통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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