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잘못해 얼굴 파였다" 병원에 토치·휘발유 들고 간 회사원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2.06.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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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부과 치료를 받다가 얼굴에 흉터가 생겼다며 휘발유와 토치를 들고 병원에 찾아간 회사원이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됐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소병석)는 지난달 19일 특수협박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씨(33)에게 원심과 달리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사용된 휘발유 1ℓ(리터)와 부탄가스 토치를 몰수했다.

A씨는 2020년 3월30일 낮 12시2분쯤 서울 송파구에 있는 피부과 병원에 부탄가스 토치와 휘발유가 담긴 1.5ℓ 크기의 페트병을 소지한 채로 들어가 직원들의 진료 준비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진료예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 시작 전 병원 원장실로 향했다. A씨는 아무도 없는 원장실 안에서 휘발유통을 책상에 올려두고 토치로 3~4회에 걸쳐 점화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직원 B씨 등은 불꽃이 나오는 '똑딱' 소리를 듣고 원장실로 다가갔다. 이어 A씨에게서 토치와 휘발유통을 뺏고 퇴거를 요청했다. A씨는 "(경찰에) 신고하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리를 지켰다.



A씨가 30분가량 소란을 일으키자 병원에 있던 환자와 직원들은 모두 밖으로 피신했다. B씨 등은 경찰을 부른 후에 원장실 앞으로 소방호스를 끌어오고 소화기 6대를 가져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A씨는 해당 병원에서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여드름 치료 중에 살이 쓸려나가 눈 밑 부위에 파인 부분이 생겼다고 주장하며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일 병원 원장을 만나 오해를 풀고 시술을 받으러 왔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에게 폐쇄회로(CC)TV가 있는 원장실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도 대답 없이 자신의 팔을 잡아 끌어내 소극적으로 버텼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또 토치와 휘발유는 개인적으로 필요해서 구매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원장실에서 토치를 점화한 것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고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특수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업무방해 당시 고의를 가지고 특수협박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며 "설령 병원 원장에게 특수협박 등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토치 등을 소지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 적시된 이들에게는 악감정을 가질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업무방해와 특수협박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범행으로 중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다만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피해자들을 협박하거나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한 범행의 위험성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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