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많이 떨어졌다고 싼 건 아냐…저평가주 고른다면[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05.3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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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 증시가 급락 충격에서 벗어나 반등한 가운데 올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던 기술주가 가장 큰 폭으로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는 지난주 7.1% 급등하면서 올들어 하락률이 22.3%로 축소됐다.



나스닥100지수의 지난주 상승률은 S&P500지수(6.6%)보다 높았다.

하지만 CN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기술주가 많이 떨어졌다고 밸류에이션이 싸진 것은 아니라며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술기업들의 실적 기대치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 성장세 둔화로 하향 조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술주, 많이 떨어졌다고 싼 건 아냐…저평가주 고른다면[오미주]


"아직 바닥 몰라"
UBS는 지난 5월27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순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 중반대에서 낮은 10%대로 하향 조정하면서 지금은 AI(인공지능), 사이버보안, 빅데이타 등에 종사하는 우량 기술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라고 조언했다.

또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이전보다 많이 내려간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진 기술주들이 다 큰 폭으로 저평가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가 상승 부담으로 많은 기업들의 비용이 늘고 있기 때문에 기술주 투자에서 추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새토리 펀드의 댄 나일스도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 인상을 마칠 때까지 시장 바닥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고 일부 주식은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매우 비싸다"고 말했다.

또 "주가가 고점 대비 50%, 70% 폭락했다고 해서 주가가 싸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방법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전반적인 시장과 비교해 볼 때 (주가가 폭락한 뒤에도) 여전히 놀랄 만큼 비싼 종목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개별 종목 투자는 위험"
그는 "지금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셜 미디어 업체인 스냅이 실적 부진을 경고해 주가가 폭락한 사례를 들어 어떤 기업이 스냅처럼 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스냅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도 실적 부진으로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리며 주가가 폭락했다.

나일스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소비자 지출을 제한함에 따라 기술주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저가 매수의 기회가 도래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루프 벤처스의 매니징 파트너인 진 먼스터 역시 스냅의 실적 부진 경고는 소비자 지출이 둔화될 것을 예고하는 신호라며 포트폴리오의 절반은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올 2분기, 3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부정적인 뉴스가 더 나올 것"이라며 "올해 말쯤 되면 수많은 부정적인 뉴스들이 기술주에 반영될 것이고 주가는 아마도 과잉 조정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악재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적정 가치 밑으로 과도하게 떨어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술주, 많이 떨어졌다고 싼 건 아냐…저평가주 고른다면[오미주]
세상에서 가장 싼 기술주?
인디펜던트 솔루션 자산관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폴 믹스는 지난 5월26일 CNBC에 출연해 올해와 내년에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밸류에이션은 합리적인 기술주를 고르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이버보안업체인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경우 밸류에이션이 비싸긴 하지만 실적 전망치를 상형 조정하고 실적이 늘어나는 점이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또 IBM과 AT&T는 실적은 늘고 있고 배당수익률도 높은데 밸류에이션은 싸다고 평가하며 두 회사 모두 새로운 CEO(최고경영자)가 선임돼 회사 전략이 바뀔 수 있는데 이것이 주가에 잠재적인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믹스는 아울러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기 전이 아니라 발표한 후에 매수를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넷플릭스나 스냅 같이 어닝 쇼크로 주가가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급락한 반도체주 중에서는 AMD와 퀄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MD는 올들어 29%, 퀄컴은 24% 가량 하락했다.

특히 "전세계 기술주들을 다 찾아본다 해도 마이크론보다 더 싼 주식은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마이크론은 올들어 21.3% 하락해 현재 주가가 순이익 대비 5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루프 벤처스의 먼스터는 인텔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미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수혜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텔이 실패하면 마국은 기술 리스크 때문에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며 "미국은 안보 문제로 자국 내에서 반도체를 대규모로 생산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인텔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빍혔다.

인텔은 올들어 13.5% 하락했다.

빅테크, 엇갈리는 전망
아마존 물류창고아마존 물류창고
오크마크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빌 나이그렌은 금융과 에너지, 자동차 같은 전통적인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고 있지만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경우 클라우드 사업의 매출액 대비 주가 비율을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만큼 부여하면 전자상거래 밸류에이션이 대다수 소매업체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 넷플릭스는 현재 가입자당 주가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HBO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디펜던트 솔루션의 믹스는 아마존에 대해 "미국 전자상거래 산업의 매출액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는데 아마존은 지난 2~3년간 직원을 80만명 가량 늘렸다"며 "비용은 급증하는데 매출액 성장률은 낮아지고 있어 클라우드 사업이 굉장하다는 것은 알지만 아아마존은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 플랫폼에 대해서도 주가는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매출액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디지털 광고시장이 지금으로선 경기 성장세 둔화의 타격을 받고 있어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메타의 사업모델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메타버스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는데 메타가 메타버스가 뭔지 알고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믹스는 현재로선 빅테크 중에서 애플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정도만 보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C 아시아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시드 초라리아는 애플, 알파벳과 더불어 메타까지 "현금흐름이 강력하다"며 빅테크 주가가 인플레이션 압력이나 금리 인상에 따라 더 하락할 수도 있지만 이 때가 지분을 늘릴 기회라고 낙관했다.

반면 루프 벤처스의 먼스터는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토대" 같은 기업이긴 하지만 거시경제적 리스크 때문에 때로는 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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