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은 국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는 이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지난해부터 삼성호암상 과학 분야 시상을 물리·화학 분야와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확대했다.
삼성 관계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삼성호암상을 제정해 국내외의 한국계 연구자들을 발굴, 시상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면 이 부회장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국가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삼성호암상을 한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수상자인 장석복 카이스트 특훈교수(60)는 "강원도 산골 출신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과학자로 성장한 저의 모습을 통해 지금도 어디에선가 힘든 생활을 해야만 하는 청소년들이 꿈을 꾸고 미래의 희망을 가지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학상을 수상한 차상균 서울대 교수(64)는 "꿈은 실패를 축적해 이뤄진다"며 "상금은 미래의 도전적이고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소중하게 쓰겠다"고 말했다.
의학상 수상자 키스 정 교수는 "생물학과 의학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면서 이런 기술이 환자들을 위한 새롭고 더 나은 치료법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상 수상자 김혜순 시인은 "시인들은 경제적 가난을 스스로 선택하고 이 일에 빠진 사람들"이라며 "상을 받게끔 함께 시의 별자리를 가득 채워주고 모국어로 시를 쓰는 동료시인들에게 한없는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하트-하트재단의 신인숙 이사장은 "발달장애인 단원들의 열정과 의지, 재단의 지속적인 후원 등이 어우러져 기적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지난 34년 동안 성원해준 후원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시상식은 수상자 가족, 지인, 재단 관계자 등 약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학술, 예술, 사회봉사 분야에서 각고의 노력을 다해 인류사회 발전과 고귀한 인간 사랑 실천에 큰 업적을 이룬 분들을 수상자로 모시게 돼 큰 기쁨이자 자랑"이라고 말했다.
삼성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1990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제정했다. 올해 제32회 시상까지 총 164명의 수상자가 307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삼성은 삼성호암상 외에 미래기술육성사업과 산학협력을 통해서도 국가 기초과학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가 2013년부터 물리와 수학 등을 비롯해 ICT(정보통신기술), 소재 등의 기초과학 분야의 혁신연구에 지원한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이 지원한 연구과제 관련 논문은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국제 학술지에 다수 게재됐다. 삼성은 국내 대학의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을 위해 산학협력에도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