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쏟은 창원 GM공장의 새 CUV…"실패는 없다" 자신하는 이 사람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2.06.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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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생산기술연구소 성기택 부장, 김기혁 부장, 배준 부장, 설동문 부장/사진제공=한국GM.(좌측부터)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생산기술연구소 성기택 부장, 김기혁 부장, 배준 부장, 설동문 부장/사진제공=한국GM.


"새 CUV 제조·판매로 한국GM이 명실상부하게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0일 오전 서울스퀘어에서 만난 한국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생산기술연구소(생기) 소속 직원들은 입을 모아 이같이 밝혔다.

이날 만난 김기혁 소형차 부장, 배준 차체 공정기술팀 부장, 설동문 프레스·폴리머팀 부장, 성기택 VSMEGA 실행2팀 부장 등은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는 한국GM을 살릴 카드로 꼽힌 새 CUV(크로스오버다목적차량)에 '실패란 있을 수 없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한국GM은 오는 2023년부터 새 CUV를 생산하기 위해 창원공장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2019년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 만으로는 경영을 정상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에 많게는 1조원 이상이 투자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GM이 한국에서 생산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생산기술연구소 소속 직원들이 새 CUV의 성공적인 출시를 위해 맡은 임무는 창원공장의 변신이다. 이들은 코로나19와 물류난을 딛고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만에 창원공장을 소형·대형차 6차종 혼류 생산이 가능한 공장으로 바꿔냈다. 창원공장 리모델링 업무를 총괄한 김기혁 부장은 "직원들 모두가 원팀이 돼 일을 했다"고 말했다.



시간·공간 제약 극복하고 창원공장 리모델링
창원 차체공장. /사진제공=한국GM창원 차체공장. /사진제공=한국GM
당초 창원공장은 스파크·티코·마티즈·다마스 등 차체가 작은 경차만 생산이 가능한 곳이었다. 좁은 부지에서 새 CUV 등 큰 차종을 만들려면 전면적인 개편에 나서야했지만, 시간은 촉박하고 공간은 부족했다. 공장을 개조하려면 차량 생산을 중단해야하는 만큼 막대한 손해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큰 차량 생산을 위해 전반적으로 공장 크기를 키울 필요가 있었지만 공간은 협소했다. 프레스·차체·도장·조립 공장이 이미 일렬로 늘어서면서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았다. 결국 도장공장을 아예 뜯어내 신설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이를 위해 운동장과 주행로가 있던 공간을 비웠다. 기존 도장공장이 있던 자리는 차체공장이 들어서며 그 크기를 두 배로 키웠다. 조립공장에서는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 개 라인을 먼저 개조하고 나머지 하나는 생산을 유지했다.


시간도 촉박했다. 사측은 내년 생산을 위해 하루 빨리 준비가 완료되기를 원했고, 김 부장 등은 검토 끝에 6개월을 제시했다. 새 공장을 짓는데만 최소 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촉박했다. 이들이 내놓은 대책은 사전 선별 시스템인 '오프라인 테스트'다. 새로 짓게 될 공장의 시설들을 별도의 공간에 실물의 4분의1 크기로 제작해 점검을 미리 진행했다. 이로 인해 일정을 당초 예상보다 2개월 단축한 4개월 만에 작업을 끝냈다.

성기택 부장은 "30개의 공정에 대해 똑같은 설비를 4분의 1 크기로 축소해 운영했다"며 "많은 추가 비용이 들었지만 미리 검증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하는 차량이 있고 (생산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나온 방책"이라며 "글로벌(GM 본사)에서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GM 본사 벤치마킹 대상…"K-엔지니어링 저력"
김기혁 부장. /사진제공=한국GM.김기혁 부장. /사진제공=한국GM.
우수한 품질 보증 시스템을 갖추고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GM 미국 본사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조립공장에서는 GM의 신규 에러 검출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전 라인에 적용됐고, 차체공장에서는 새 비전카메라 스캔 시스템을 적용해 불량을 점검한다. 프레스공장에서는 비전 인스펙션 시스템·카본 티빔 애플리케이션 등 신기술이 글로벌에서 창원공장을 벤치마킹하는 아이템이다.

배준 부장은 "차체공장에서는 (새 기술로) 과거 대비 측정 시간이 70% 이하로 줄었다"며 "즉 생산성이 늘어난 것으로, 현재 적용 초기임에도 기존 양산품의 품질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김기혁 부장도 "창원공장은 안전요소는 K-엔지니어링의 저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지난 4개월간의 리모델링 과정 중 사고가 단 1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차부터 큰차까지 다 생산할 수 있는 새 공장으로 성공적으로 완공했다"며 "GM 본사 직원들도 와보고 싶어도 코로나 때문에 못왔는데, '벤치마킹 공장'으로서 새로 탄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새 창원공장은 이번 개편으로 시간당 60대의 CUV와 16대의 스파크를 혼용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스파크만 시간당 32대를 생산했던 기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에 힘입어 한국GM의 연간 생산량도 최대 50만대가 됐다. 부평·창원·군산 세 공장 중 가장 신식이었던 군산공장이 2018년 문을 닫으며 한국GM도 기울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창원공장은 이미 새 CUV를 일주일에 5대 가량 생산 중이다. 시범단계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단계로, 한국GM 측은 향후 창원공장을 최대한 가동해도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 부장은 "트레일블레이저 수준 이상으로 판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창원 조립공장. /사진제공=한국GM.창원 조립공장. /사진제공=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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