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는데 웃어!" 기적 만든 청담고, 아쉬움 속 피어난 '희망'

스타뉴스 목동=양정웅 기자 2022.05.3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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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청담고 야구부가 30일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전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평택 청담고 야구부가 30일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전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거세게 불었던 '청담고 돌풍'이 결승전에서 멈췄다. 그러나 아쉬움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성과에 스스로 박수를 보냈다.

평택 청담고등학교는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진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경남고등학교에 2-7로 패배했다.



경기 초반만 해도 청담고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발 류현곤이 6회까지 탈삼진 11개를 기록하며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과감한 승부에 각이 큰 슬라이더까지 던지자 경기 전까지 5할 타율을 기록 중이던 강타자 김정민은 몸에 맞는 공에 방망이를 내기도 했다.

1회 말 1사 만루 찬스를 아깝게 날린 청담고는 결국 선취점의 주인공이 됐다. 5회 말 선두타자 류근찬이 몸에 맞는 공으로 살아나간 후 1번 박성배가 페이크 번트로 안타를 만들었다. 1사 후 3번 김민호의 중전안타로 만루를 만든 청담고는 4번 최원준 타석에서 경남고 2루수 임성규가 실책을 저지르며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청담고 류현곤. /사진=OSEN청담고 류현곤. /사진=OSEN
그러나 청담고의 기쁨은 여기까지였다. 7회 들어 류현곤이 투구 수 제한(105구) 규정에 걸리며 내려가자 경남고의 파상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배정운의 좌전안타와 권태인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2 동점을 만든 경남고는 1번 오상택의 희생플라이와 2번 강민우의 우익수 앞 2타점 적시타로 7회에만 5점을 올렸다. 9회 초에도 2점을 추가하며 경남고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비록 결승전에서 경기를 내주기는 했지만 청담고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팀이었다. 지난 2016년 11월 창단한 청담고 야구부는 우승은커녕 전국대회 8강에조차 오른 적이 없었다. 인지도도 높지 않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학교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청담고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진격하기 시작했다. 16강에서 안산공고를 3-2로 누른 것을 시작으로 8강에서 대전고, 준결승에서 마산고를 차례대로 꺾었다. 매 경기 한 점 차 접전으로 진행되면서도 끝내 승기를 잡았다. 더블 스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전 야구를 보여줬고, 준결승까지 팀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며 지키는 야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소위 '에이스'급 선수는 적으나 짜임새 있는 야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적장도 청담고의 활약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승팀 경남고의 전광열 감독은 "(청담고가) 아주 훌륭한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대를 치켜세워줬다.

청담고 김민호(앞줄 오른쪽)가 30일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패배한 후 어두운 표정을 짓자 코칭스태프가 위로해주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청담고 김민호(앞줄 오른쪽)가 30일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패배한 후 어두운 표정을 짓자 코칭스태프가 위로해주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이 정도만 해도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청담고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3루수 김민호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코칭스태프가 "웃어, 웃어! 잘했는데 왜 그래"라며 위로해주기도 했다. 그는 "(류)현곤이가 잘 던져줬는데 저희가 좀 더 잘했으면 이겼을 텐데 그게 아쉬워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26탈삼진과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하며 감투상을 받은 류현곤 역시 어두운 표정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류현곤은 경기 후 "105구로 9회까지 책임졌어야 했는데 7회 도중에 내려왔다"며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마무리가 조금 아쉬워서 후회가 많이 남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적'을 만든 유호재 청담고 감독은 "사실 목표는 8강이었다. (16강전) 안산공고를 이긴 후 선수들에게 "목표를 이뤘으니 편하게 해라"고 주문을 했고 잔소리 한 것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아이들이 해보려는 자세가 간절했던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결승전을 앞두고 청담고 교장으로 "마음 비우고 편하게 하고 오라"는 주문을 받았다는 유 감독은 "이렇게 오다 보니 또 편하게는 안 되더라"며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청담고 유호재 감독. /사진=양정웅 기자청담고 유호재 감독. /사진=양정웅 기자
이날 경기가 열린 목동야구장에는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 등이 찾아와 청담고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선발 류현곤의 어머니 정혜선 씨는 "야구부 아이들과 감독님 이하 코치님들 고생이 많았다"며 "너무 잘했다고, 대견하다고 해주고 싶다"며 야구부 구성원들에게 격려를 보냈다.

이제 정상 문턱까지 올라선 청담고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유 감독은 "대통령배 본선에 진출한다면 큰 포부일 수는 있으니까 우승에 도전해보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김민호 역시 "(경남고가) 생각보다 많이 부러웠다"며 "한 번 더 올라오면 이기고 싶다. 경험이 있으니 또 경남고를 만나면 이길 자신이 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청담고 김민호. /사진=양정웅 기자청담고 김민호.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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