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부터 한국 증시가 약세를 보였던 것과 반대로 국내 제지업체들은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지난 1월 1만1000원 선에 머물렀던 한솔제지의 주가는 국제 펄프가격이 상승하면서 최근 1만4000원선까지 올라왔다. 국내 펄프 생산 기업인 무림P&P도 올해 최저점 대비 약 35% 상승했다.
펄프 가격은 글로벌 펄프 재고량 추이와 수급이 맞물려 결정된다. 현재 펄프의 글로벌 재고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유럽 펄프 업체 연합인 유로펄프(Europulp)에 따르면 최근 2년 중 유럽 항만 내 펄프 재고량은 2020년 8월 181만7915톤으로 기록한 이후 감소해 지난 4월 101만3715톤으로 줄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봉쇄 정책 등으로 공급망 차질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제지 생산에 쓰이는 펄프의 대부분을 수입하다보니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지 판매가격이 국제 펄프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라며 "부자재인 옥수수, 원유의 가격 인상도 영향을 줘 판매가격을 불가피하게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통상 제지업체들은 생산에 필요한 펄프 등의 원재료를 2~3월 간 비축해 놓는다. 제지 판매가격이 인상되기 전 구입한 원재료가 현재 생산에 투입되기 때문에 그만큼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펄프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모든 제지업체 주가가 상승하는 건 아니다. 제지는 인쇄용지, 산업용지, 위생용지 등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이중 펄프 가격에 영향을 받는 건 인쇄용지와 위생용지다. 인쇄용지와 위생용지 제품 제작에 펄프가 많이 쓰이지만 골판지 등이 포함된 산업용지는 폐신문지, 폐골판지 등이 주로 쓰인다.
증권가에선 펄프 가격 상승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체들을 선별해 주목할 것을 권한다. 무림P&P의 경우 2018년 펄프 가격이 톤당 900달러 선을 기록했던 당시 호실적을 기록했고 배당수익률도 4.13%를 기록했지만 2020년부터 국제 펄프가격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둔화됐고 배당수익률도 점차 줄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펄프 가격 상승으로 인쇄용지, 특수지 등의 판매가격이 상승해 향후 관련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한솔제지의 경우 2분기, 하반기에도 산업용지가 주축인 가운데 인쇄용지, 특수지의 흑자전환으로 실적 턴어라운드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