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 감독은 '취화선'(2002)의 임권택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상을 받은 한국 감독이 됐다. /사진=뉴시스, AP
지난 28일(현지시간)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인을 두 명이나 시상대로 올렸다.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영화인이 모이는 자리에서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할리우드나 영화 종주국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면 한 나라에서 영화 두 편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수상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낸 한국영화가 명실상부하게 세계 영화시장의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배우 송강호(가운데)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후 고레에다 히로카즈(왼쪽) 감독과 강동원의 축하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AP
한국 영화의 '성장 견인차'가 팝콘을 들고 극장에 들르는 관람객이란 얘기다. 박 감독의 문제의식도 이 지점에 있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한국영화를 양적·질적 성장을 이끈 관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영화 투·제작과 배급, 상영까지 영화산업 전반이 '올 스톱'했단 점에서 '영화 한류' 바람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2020년 11월 서울 시내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 /사진=뉴스1
회복탄력성도 낮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전후 주요 10개국 극장 매출 회복 순위에서 한국은 30.1%의 회복률에 그치며 미국에 이어 9위를 기록했다. 1위와 2위를 차지한 중국(74%)과 일본(7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는 "코로나로 한국영화 개봉이 밀려 투자가 이뤄지지 못해 사실상 기획단계에 멈춰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반에서 이번 칸 영화제 수상 소식을 크게 반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하반기부터 한국 영화시장이 보릿고개를 넘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어서다. 거리두기 해제로 영화시장에 활기가 도는 상황에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극장가에 상륙할 경우 미뤄뒀던 기대작들이 연쇄 개봉 등이 이뤄지면서 시장 전체에 온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2단계로 낮아짐에 따라 영화관 내 취식이 가능해진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직원이 팝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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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까지만 해도 큰 변화가 없었던 극장이 5월부터 완전히 달라졌다"며 "지난 2년 간 연기됐던 국내외 영화 라인업이 줄줄이 개봉하며 관객 수가 빠르게 회복하는 중인데, 이는 '콘텐츠만 있으면 극장은 순항한다'는 시장 논리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은 각각 내달 8일과 29일 개봉할 예정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기생충은 한국에서 10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며 "두 영화 모두 평단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단 점에서 극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