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부터 취업률 94.4%"...인공지능 교육의 메카 '폴리텍광주'

머니투데이 전남 광주=오세중 기자 2022.05.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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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융합기술센터에서 로봇, 가공장비 등 생산 기반 하드웨어의 데이터를 축적·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마트 공장의 두뇌 시스템으로 생산공정의 인프라를 체험할 수 있다 ./사진=오세중 기자AI융합기술센터에서 로봇, 가공장비 등 생산 기반 하드웨어의 데이터를 축적·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마트 공장의 두뇌 시스템으로 생산공정의 인프라를 체험할 수 있다 ./사진=오세중 기자


한국폴리텍대학 광주캠퍼스는 미래를 바꿀 AI(인공지능) 기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거대한 인공지능 두뇌를 구현한 'AI융합기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계, 금형, 산업설비 등 뿌리 기술과 AI 기술을 연계하는 인공지능융합(AI+x) 인재들을 길러내야 한다는 조재희 폴리텍 이사장의 신념이 낳은 결과물이다.



지난 27일 캠퍼스에서 만난 강구홍 광주캠 학장(총장)은 "앞으로는 모든 과정에 AI가 적용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여러가지 산업 분야에 적용을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AI기술은 새 정부가 반도체, 배터리 등과 함께 초격차 확보를 위해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키로 한 기술 분야다.



광주캠은 광주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 등 지역 AI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맞춤 인력 배양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 신설된 AI융합과는 1기 수료생 취업률 94.4%를 기록하며 산업계의 요구와 질 높은 일자리를 잇는 폴리텍 직업교육훈련의 성과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취재진과 폴리텍 관계자들이 VR.AR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험을 살펴보고 직접 시현해보고 있다. AR안경을 쓰고 현실에서 직접 체험하는 기분으로 로봇팔 분해와 조립을 기자가 직접 진행시키고 있는 모습./사진=폴리텍 제공취재진과 폴리텍 관계자들이 VR.AR 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험을 살펴보고 직접 시현해보고 있다. AR안경을 쓰고 현실에서 직접 체험하는 기분으로 로봇팔 분해와 조립을 기자가 직접 진행시키고 있는 모습./사진=폴리텍 제공
AI융합과는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을 갖춘 20~30대 미취업 청년층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인문·예체능계열 등 비전공자가 1년 만에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머신러닝 플랫폼 개발 등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로 취업하기도 했다.


김명진씨(30)는 대학에서 전공한 미디어콘텐츠디자인에 AI기술을 융합, AI 영상분석 기술을 적용한 교통관리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한 가지를 배워 취업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디지털 기술 역량은 이제 필수가 돼 가고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생명환경 분야를 전공한 한영석씨(30)는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시스템을 활용한 스마트팜 구축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 씨는 "몇 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이 급부상했다"며 "하이테크 과정은 기존 전공도 살리면서 새로운 기술 분야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광주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본관 1층 창의융합기술센터다. 설계부터 생산, 검사까지 모든 생산 공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실제 공장과 같이 구현한 곳이다.

AI융합기술센터는 로봇, 가공장비 등 생산 기반 하드웨어의 데이터를 축적·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스마트 공장의 두뇌를 구현해 놓았다. 학생들은 생산 공정 하드웨어 인프라뿐 아니라 시스템, 네트워크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도 경험할 수 있다.

대학 관계자는 이런 통합실습 교육환경을 '러닝팩토리'라고 소개했다. 학과·전공이라는 칸막이를 허물고 다양한 기술, 다양한 공정 참여 경험을 산업현장과 동일하게 제공해 융합형 현장 인재를 기르겠다는 폴리텍의 철학이 묻어난다.

현재 폴리텍 대학은 '러닝팩토리'를 2018년 인천캠퍼스에 시범 도입해 올해 기준 전국 36개 캠퍼스에 59개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폴리텍은 러닝팩토리를 민간에 전면 개방하고, 시제품 제작이 필요한 예비 창업자, 고가 장비 활용이 필요한 소규모 사업장, 진로 체험을 원하는 청소년 등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장비를 공유했다. 행정안전부 협업이음터 6대 과제에도 선정돼 전년 대비 이용 실적이 약 5배 증가했다.

폴리텍 광주캠 학생들이 자율주행 차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폴리텍 제공폴리텍 광주캠 학생들이 자율주행 차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사진=폴리텍 제공
광주캠은 또 광주지역 공작기계 업계 3강 기업인 화천기공과 산학 협력을 통해 창의융합기술센터의 CNC(수치제어 가공장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생산데이터 분석·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산학 협력 인재 양성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안상수 화천기공 기술고문은 "화천기공에도 러닝팩토리가 있는데 기업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해서 러닝팩토리를 활용했던 신입사원들은 적응이 빠르다"며 "일자리 질도 우수해 성과급을 제외한 초임이 4500만원 수준으로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입사한 김우경 씨는 컴퓨터응용금형과 재학 당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코치로 통합제조분야 금메달을 2회 수상한 인재다. 김씨는 "입학 전 협력사에 근무한 현장경험이 있다"며 "졸업까지 현장 기술 감각을 잃지 않은 비결은 산업체 출신 교수님의 지도와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교육환경 덕분"이라고 했다.

조 이사장은 "1980년대 고도성장기 제조업 중심 산업인력 양성을 선도한 폴리텍대학은 2010년대 초 저성장기 실업자 훈련을 중심으로 사회안전망을 수행해왔다"며 "향후 10년 디지털·저탄소 경제 전환을 '제2 고도성장기'의 기회로 삼기 위해 반도체, AI, 배터리, 로봇 등 핵심 산업 인재 양성에 민관산학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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