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파업예고한 '웹젠' 파국 막은 교섭이론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2.05.30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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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의 '교섭 이론(Bargaining Model)'은 모든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기 전 당사자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갈등은 비용이 들기 마련이고, 비용을 지불한 뒤 얻는 과실은 당사자간 힘의 균형점보다 후퇴한다. 교섭 이론은 힘의 균형점 전후로 당사자간에 지불해야 할 비용 사이의 영역을 '교섭 구간'으로 본다.

지난 27일 노사 합의에 이른 웹젠 (17,200원 ▲440 +2.63%) 분규에도 교섭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교섭 대상이 문화재나 종교적 상징물처럼 '불가분'의 성격을 지닐 경우다. 웹젠 노조가 요구한 연봉 인상은 충분히 나눠가질 수 있는 대상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갈등 당사자가 서로의 역량과 의지를 오판할 때도 파국은 일어난다. 갈등 상황에 지불할 비용을 서로 다르게 계산해 동떨어진 교섭 구간을 가정하는 경우다. 지난달 노조가 파업을 예고할 때만 해도 사측은 노조원의 숫자 등 역량, 노조가 얼마나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지 등을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노조 역시 사측의 강경대응 기조 때문에 합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서로간의 오해, 정보의 불투명성은 지난 12일 열린 국회 간담회와 추가로 이어진 집중교섭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파업에 따른 영업손실을 감내하는 대신 과실을 노조와 더 나누기로, 노조 역시 파업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이익 대신 교섭 구간 내의 합의점을 찾기로 했다.



교섭 대상이 나눌 수 있는 성질이고, 당사자간 역량과 의지를 제대로 안다 해도 '합의 이행의 문제'가 남는다. 미래에 힘의 균형이 바뀐 이후의 합의점보다, 지금 갈등비용을 치르더라도 파국을 감내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지난해 만들어진 신생 웹젠 노조가 앞으로 점점 강력해질 것이라고 가정할 때, 사측은 파업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노조를 와해시키는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

지난 27일 도출한 웹젠 노사간 잠정합의는 웹젠이 당장의 불을 껐다는 의미에 더해, 앞으로 회사 경영 등에서 노조를 '함께 갈'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 같은 힘의 균형이 만들어낸 합의가, 앞으로 노사간 역량 변화에 따라 어떻게 이행될지 지켜볼 일이다.
[기자수첩]파업예고한 '웹젠' 파국 막은 교섭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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