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년 전 치타 두마리의 혈투, 동굴 속 뼈가 증언한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2022.05.28 11:50
글자크기

그랜드캐니언 동굴 화석, 반(半)미라화돼 분석
"영토 분쟁 또는 새끼 보호 위한 전투" 추정

미국 뉴멕시코 자연사 과학박물관 5월호 소식지에는 2만년 전 치타가 목숨 건 전투를 펼쳤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미국 뉴멕시코 자연사 과학박물관 5월호 소식지에는 2만년 전 치타가 목숨 건 전투를 펼쳤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연구진이 동굴 속 화석을 분석해 2만년 전 치타 두 마리가 목숨 건 전투를 펼쳤다고 파악했다. 승리한 치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척추를 물려 패배한 치타의 뼈와 조직은 동굴에 남겨졌다. 연구진은 반쯤 미라화 돼 척추에 들러붙은 연조직을 통해 이 같은 추정을 내놨다.

26일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의 고생물학자 존 호넷 박사는 미국 뉴멕시코 자연사 과학박물관 5월호 소식지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전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니언 동굴에서 화석을 발견했다. 당시 동물의 뼈를 퓨마로 알려진 산사자(Mountain lion)라고 식별했다. 그러나 최근 이 뼈들을 다시 분석한 결과 다른 유적지에서 발견된 화석과 동일한 미국 치타(American cheetah)로 확인됐다. 미국 치타는 퓨마보다 1.5배에서 2배 큰 종으로 분류된다.

 그랜드캐니언 동굴 속에서 수만년 전 치타와 사자들의 화석이 발견됐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랜드캐니언 동굴 속에서 수만년 전 치타와 사자들의 화석이 발견됐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치타는 약 1만년 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기 전 북아메리카에 널리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호넷 박사는 그랜드캐니언 인근의 2개 동굴과 램파트 동굴에서 발견된 뼈들이, 퓨마가 아닌 미국 치타의 화석이라고 밝혔다. 호넷 박사는 "퓨마와 미국 치타를 구별할 수 있는 여러 특징들이 있다"며 "뼈의 일부는 크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여러 화석을 비교 분석해 그랜드캐니언 동굴에서 치타 두 마리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추정했다. 특히 공격을 받은 치타는 자신보다 큰 치타에 물어뜯긴 상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호넷 박사는 "동굴에 있는 두 마리가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반미라화된 연조직이 여전히 뼈에 달라 있기 때문에 DNA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며 "치타의 부상은 영토 전쟁의 결과이거나 수컷 치타가 다른 새끼를 죽이려고 했을 때 보호하기 위해 싸운 흔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