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회계사 합격, 36세 로스쿨 수석…'숫자'와 '시험'에 강한 변호사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2.05.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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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변호사가 뜬다] 법무법인 지평 서민아 변호사

편집자주 젊은 변호사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와 위치에서 MZ세대 변호사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서민아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약관 20세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과 코트라에서 일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 하고 33세에 또다른 도전에 나섰다. 법조인의 길을 걷기 위해 로스쿨을 택한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 도서관 지정좌석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을 정도로 노력한 끝에 이화여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다. 10여년 회계사 근무 경력을 살려 현재는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주가를 날리고 있다.

서 변호사는 10년 차 회계사 경력으로 쌓인 노련함과 4년 차 변호사로서의 패기를 동시에 갖고 있다. 그는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는"고객 만족에서 더 나아가 자본시장의 투명한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법무법인 지평 서민아 변호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법무법인 지평 서민아 변호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회계사로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 23세에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습니다. 회계법인은 고객사를 방문해서 현장에서 업무를 합니다. 다양한 업종의 회사를 고객으로 만나고 회계감사, 재무실사, 기업가치평가, 사업 타당성 검토와 같은 업무를 했습니다. 3~4년 차부터는 현장 실무팀장 역할을 맡았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리더십과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6년 반을 일하고 코트라의 글로벌 M&A 지원부서에서 일했습니다. 코트라에서는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을 지원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그때 경험한 사회생활은 어떠셨나요

▶ 어린 나이에 입사해서 그런지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 내에서 저보다 어린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더군다나 회계감사 일이 말 그대로 회사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감사해야 하는 업무라서 쉽게 보여서는 안 됐습니다. 고객들이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어린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항상 준비된 모습으로 프로답게 보이려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말투부터 복장까지요. 아마 주변 동료들이나 고객분들도 그런 걸 알아차리셨을 텐데 모르는 척 인정해주셨고, 저는 또 노력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로스쿨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 회계사의 삶에 만족했고 자부심도 가지고 일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요. 특히 회계 감사나 자문 업무를 할 때였습니다. 간혹 사업성이 좋아도 법적인 문제로 거래가 중단되는 경험을 했는데, 그럴 때 법률 지식을 갖추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회계나 재무 지식에 법학을 더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던 거죠. 또 나이가 들면서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도 있었습니다. 법은 인간이 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만든 규칙이니 법을 알면 사회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30대 초반이라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기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회계사를 그만두는 게 망설여지지 않았나요

▶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회계사란 경력이 있었고, 스스로 잘할 수 있을 거란 믿음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원한 로스쿨엔 다 붙어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서민아 변호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법무법인 지평 서민아 변호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로스쿨 생활은 어땠나요

▶ 입학할 땐 자신감 있게 들어갔지만 공부하는 3년 동안 불안함이 생겼습니다. 저는 33세에 로스쿨에 들어가 기숙사에 살며 공부하고 있는데, 그때쯤 제 친구들은 사회에서 중간 책임자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한 선택이었기에 최선을 다했고,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사실 공부 자체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사회생활을 거의 10년 가까이 하다가 공부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는 게 감사했습니다. 사회생활과 달리 나만 잘하면 되는 거라 비교적 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성적 경쟁이 치열하긴 했지만 나름 즐기면서 공부했습니다. 로스쿨 다니는 동안 토요일 오후에만 쉬고 나머지 시간엔 공부하는 생활을 했습니다.

-학부는 우등 졸업, 로스쿨은 수석 졸업을 했는데 공부 비결이 있다면요

▶ 로스쿨에선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회계사 일을 했던 경험이 공부에 도움이 됐습니다. 많은 양을 정리하고 답안지에 표현하는 능력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또 공부하는 동안 켜두면 나무가 자라고 숲을 만드는 걸 볼 수 있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했습니다. 그 숲을 만드는 재미로 공부했습니다. 아직도 제 휴대폰에는 그 앱이 있는데 그때 만든 숲이 소중해서 지우지 않고 가끔 들여다보곤 합니다.

-회계사 경력이 변호사로 일할 때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되나요

▶ 회계는 기업의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거의 모든 활동은 회계를 통해 재무제표에 숫자로 반영됩니다. 기업 법률 자문을 할 때도 재무 자료를 분석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쟁점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법률 실사나 자문할 때도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는 감사보고서는 중요한 분석자료가 됩니다.

특히 IPO 자문업무를 할 때는 기업의 법무팀뿐만 아니라 재무부서 담당자 등과 소통할 일도 있습니다. 회계나 재무 경력을 가진 분들과 용어의 장벽이 없어서 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서민아 변호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법무법인 지평 서민아 변호사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맡았던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 최근에 마친 스틱인베스트먼트 상장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비상장회사였던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모회사와 합병 및 분할 과정을 거쳐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켰습니다. 해외에서는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PE 운용사들이 상장한 케이스가 있는데, 국내에는 없었습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국내 PE 운용사의 최초 유가증권시장 상장 사례가 됐습니다. 상장사에 맞게 내부 통제체계·공시체계를 점검하고, 모회사와 합병 및 사업부 분할도 동시에 진행하는 5~6개월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였는데 무사히 마무리해서 뿌듯합니다.

-최근 사모펀드 분야에서 많이 일어나는 법적 분쟁이 뭔가요

▶ 주주 평등의 원칙에 관한 문제입니다. 비상장회사가 투자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특정 투자자에게만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서면 동의권, 풋옵션 등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당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필요한 보호장치가 됩니다. 하지만 회사가 상장한 이후에도 이러한 계약 내용이 효력이 유효하다면, 일반투자자와 주주 평등의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상장 이후 투자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방식으로 다른 보호 장치를 설계해야 합니다.

-IPO전문가 입장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조언해주세요

▶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회사가 아니더라도 6개월간 주식 등 청약의 권유를 50인 이상에게 하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이 됩니다. 벤처펀드가 투자한 경우 자본시장법상 전문 투자자로 분류되지 않아 실무상으로 벤처조합의 조합원을 각각 청약의 권유 대상자로 산정해야 합니다. 이때 50인을 초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상장 준비 과정에서 이런 점이 발견되면 해결이 쉽지 않으니 미리 주의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8일 오후 서민아 변호사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18일 오후 서민아 변호사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변호사로 '중고 신입' 4년 차다. 미래의 중고 신입사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신입이 들어오면 선배들은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회계사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해 저보다 나이가 많은 후배 회계사분들과 일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랬습니다. 그때 제 후배들이 일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분명히 후배로서 나이가 어린 제게 배우는 태도를 보여줬습니다. 저도 36세의 신입 변호사로 지평에 들어왔을 때 그분들 생각이 났습니다. 중고 신입들은 선배들이 자신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일도 더 잘 배울 수 있고 협력해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배들에게는 확실히 후배의 자세로 일을 배워햐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 고객을 만족시키고 나아가 시장도 변화시킬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일하다 보면 법령이나 규정의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그때 고객의 니즈가 합리적이라면 유관기관과 소통해서, 규정이나 유권해석의 변화까지도 끌어낼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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