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의 '금태솥밥' 속 그 생선, 왜 이제야 알았을까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2.05.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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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 시즌2](3)제주 깊은 바다 속 눈볼대

편집자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우리 수산물.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이영자의 '금태솥밥' 속 그 생선, 왜 이제야 알았을까


#. 커다란 주물솥에 불린 쌀을 참기름에 볶는다. 쌀이 적당히 기름옷을 입으면 미리 준비해놓은 멸치육수를 부어 밥물을 맞추고 불을 조절한다. 야외 숯불에서는 석쇠 위에 흰살 생선이 익어가고 있다.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게, 노릇하게 구워내면 붉은 색 껍질이 금빛을 띄기 시작한다. 그동안 뜸을 들인 솥밥에 잘게 썬 쪽파를 덮고 참깨를 뿌린다. 그 위에 생선을 올리고, 달래를 더한 양념간장을 뿌리면 요즘 '핫'하다는 금태솥밥이 완성된다.

방송인 이영자가 지난달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선보이면서 화제가 된 금태솥밥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생선의 살과 껍질이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고소한 향이 화면 너머 느껴지며 자신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간다. 요 근래 제주를 중심으로 유명해진 이 '금태'를 왜 우린 그동안 잘 몰랐을까.



주홍색 몸에 커다란 눈 자랑하는 금태의 본명은?
금태의 정확한 어종명은 눈볼대다. 머리에서 가장 두드러진 눈 크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밖에 생선 몸이 빨갛다는 이유로 '빨간고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본 이름은 '아까무츠'(赤?), 일본명을 변형해 '아까모찌'라고 불리기도 한다. 경상 지역에서는 '뿔때미'라고 부르기도 하고 귀하고 맛이 좋다는 의미에서 금(金)태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영어명은 'Blackthroat seaperch' 입속이 검은 농어라는 뜻이다.

눈볼대는 눈의 지름이 주둥이 길이 보다 긴 것이 특징이다. 입안과 복막 역시 검은 막으로 싸여 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수입하는 '적어'(장문볼락)과 비슷하게 생겨 구분이 어렵다. 장문볼락은 눈볼대에 비해 머리가 더 크고 머리에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홍감팽, 열기(불복락) 등과도 몸 색깔이 유사해 헷갈릴 수 있다. 홍감팽은 몸에 4~5개 가로줄무늬가 있고 볼락류는 눈볼대에 비해 가시가 발달해 있는 점을 주의깊게 봐야한다.



눈볼대는 제주를 포함해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태평양에 걸쳐 서식한다. 서식수심은 60~620m로 비교적 깊은 곳에 사는 어종이다. 어릴 때는 약 100m 수심에서, 성어가 되면 200m이하 수심에서 서식한다. 다 자란 눈볼대 크기는 27.5㎝로 1년생까진 수컷이 많지만 5년생 이후엔 전부 암컷인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수명은 암컷이 10년, 수컷이 4년 정도로 알려져있다.

이영자의 '금태솥밥' 속 그 생선, 왜 이제야 알았을까
연중 꾸준히 잡히는 눈볼대…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현재 눈볼대는 포획금지 체장이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연중 꾸준히 잡히지만 7~8월 어획량이 가장 많다. 최근 5년간 월별 어획량을 살펴보면 3월 이후 어획량이 늘어 7월에 정점을 찍고, 10월 이후 줄어드는 게 특징이다. 주로 남해안에서 외끌이 대형저인망과 서남해구외끌이, 근해자망 어법으로 잡는다. 2003년 이전까진 1000t(톤) 이하로 어획량이 적었으나 최근엔 점차 어획량이 늘고 있다. 덩달아 인기도 높아지면서 이젠 효자 어종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눈볼대는 비교적 깊은 곳에 서식하는 탓에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는다. 이 때문에 활어를 보기 어렵고 전량 냉장 혹은 냉동 상태로 유통한다. 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심해에서 잡혀 어획과 냉장, 유통 기술이 발달한 최근에서야 즐기기 시작한 어종이다. 같은 이유로 양식 또한 불가능하다.

흰살생선인 눈볼대에는 지방산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칼슘이나 인 같은 무기질 성분도 다량보유하고 있다. 활어가 없는 탓에 전량 선어로 소비되는데 주로 선어회와 초밥, 탕, 솥밥 재료로 활용한다. 껍질이 질기지 않아 회와 초밥 재료로 손질할 때 껍질을 살리는 게 특징이다. 껍질을 불에 살짝 익히면 기름기가 올라와 특유의 감칠맛이 배가된다. 방송인 이영자가 선보인 솥밥은 이같은 눈볼대의 감칠맛을 살리는 최적의 조리법이기도 하다.

감수: 박정호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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