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수수와 함께 3대 농산물로 꼽히는 대두(콩)와 밀 가격도 올초 대비 각각 28.22%, 50.23% 상승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라니냐로 인한 작황 악화로 전세계 곡물 공급망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의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동남아시아와 호주 등에 홍수를 유발하는 한편 남아메리카 등지엔 가뭄을 발생시킨다. 미국 기후예측 센터인 CPC/IRI가 지난 19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6~8월까지 라니냐가 유지될 확률은 62%다.
세계 곡물 수출국인 미국도 라니냐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홍수, 남서부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며 옥수수, 대두 파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 22일 기준으로 미국 전역의 옥수수와 대두 파종량이 각각 79%, 50%로 최근 5년 평균보다 각각 8.86%포인트(p), 9.09%p 밑돈다고 밝혔다.
농산물의 재고도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USDA가 발표한 전세계농산물수급전망보고서(WASDE)에선 올해 미국 밀 기말 재고 전망치가 지난해보다 약 5.5% 감소한 1684만톤으로 추정한다. 밀 파종 면적이 확대됐지만 라니냐 여파로 겨울 밀 작황 악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인도의 밀 수출 금지와 중국의 옥수수 수입 수요 둔화 등도 전세계 농산물 공급망에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계속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농산물 투자상품을 담고 있는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 (6,930원 ▼65 -0.93%), 메리츠 대표 농산물 선물 ETN(H) 등도 같은 기간 동안 각각 31.45%, 33.79% 상승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농산물 ETF인 DBA(Invesco DB Agriculture Fund)도 11.71% 상승했다.
증권가에선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려로 촉발된 약세장에선 농산물 관련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공급 불확실성이 유지되면 농산물, 곡물 등에 투자하는 상품들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본다. 다만 투자시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기후, 대내외 변수 등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점을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농산물의 공급 불확실성이 생겼고 지난해 말 파종된 미국 겨울 밀 작황 이슈가 밀 가격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투자의목적으로 곡물보다 농산물 섹터 전반에 노출된 ETF 등의 상품들을 눈여겨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