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경력 이탈리아 셰프의 건강한 맛, '집캉스'도 사로잡았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05.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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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카토 무리지오 파라다이스 시티 라스칼라 수석 셰프 인터뷰

지난 18일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체카토 무리지오 셰프가 호캉스족을 상대로 라스칼라 HMR 클래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파라다이스지난 18일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체카토 무리지오 셰프가 호캉스족을 상대로 라스칼라 HMR 클래스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파라다이스


지난 18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14,180원 ▼130 -0.91%) 시티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라스칼라에 5팀의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이 들어섰다. 이들은 테이블에 앉는 대신 조리대로 향했다. 라스칼라에 들를 때마다 맛봤던 트러플 풍기 피자를 직접 요리하기 위해서다. 40년 경력의 이탈리안 셰프와 함께 라스칼라 HMR(가정간편식)을 활용해 뚝딱 피자를 완성한 '일일 셰프'들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피자랑 맛이 같다"고 입을 모았다.



호텔시장 '큰 손'이 된 MZ(밀레니얼+제트)세대의 호캉스는 연중무휴다. 꼭 호텔을 찾지 않더라도 특급호텔에 머무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다. 호텔 침구나 어메니티(객실비품)로 집을 채우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우리집 호캉스' 필수요소는 특급호텔이 자랑하는 파인다이닝의 맛을 담은 프리미엄 HMR이다. 내로라하는 특급호텔들이 코로나19(COVID-19) '보릿고개' 활로로 지난해부터 앞다퉈 HMR을 출시하는 이유다.

다가오는 주말은 어느 호텔의 HMR로 파티를 즐길지 고민하는 호캉스족들이 최근 눈 여겨 보는 곳은 파라다이스 시티다. 지난달 호텔 레스토랑 라스칼라의 파스타와 피자로 HMR을 선보였는데, 출시 한 달만에 1만 개가 팔려 나갔다. 라스칼라를 방문했던 호캉스족이 HMR을 주문하는가 하면, HMR을 먼저 접한 뒤 라스칼라를 찾는 고객도 있단 후문이다. 지난 19일 '신선하고 맛있는 건강식'을 강조하는 체카토 무리지오(Ceccato Maurizio) 총괄 수석셰프를 만나 고급 냉동피자(?)의 비결을 물었다.



체카토 셰프는 국내 이탈리안 요리계에 정평이 난 셰프다. 쉐라톤 워커힐 서울, 신라호텔 주방을 거쳐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공식 셰프를 맡는 등 국내에서만 26년째 활약한 베테랑이다. 2017년 파라다이스 시티 오픈과 함께 합류해 라스칼라를 오픈, 화학조미료를 빼고 메인 메뉴부터 디저트까지 이탈리아에서 직접 공수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다이닝을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40년 경력 이탈리아 셰프의 건강한 맛, '집캉스'도 사로잡았다
체카토 셰프의 철학은 '신선한 맛'이다. 얼핏 보기엔 냉동식품 이미지가 강한 HMR과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는 오히려 HMR이 자신의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장(場)으로 봤다. 체카토 셰프는 "본연의 맛을 살리려면 신선한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HMR은 급속냉동시켜 신선함과 맛을 보존할 수 있고, 영양도 유지할 수 있단 점에서 건강한 HMR도 가능하겠단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주요 특급호텔들이 일찌감치 HMR을 내놓은 와중에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나서야 후발주자로 나선 부담 속에서도 파라다이스 시티가 자신감을 보이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체카토 셰프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건강한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음식을 집에서도 향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반적인 배달음식이나 HMR이 화학성분 등 건강하지 않은 재료를 쓴다는 점에서 신선한 재료를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HMR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라스칼라 HMR은 트러플 풍기 화덕피자 등 주요 메뉴를 모두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밀가루와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해 만들었다. 체카토 셰프는 "레스토랑에서 만든 메뉴의 식감과 맛을 HMR로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가능한 동일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생면 두께부터 고기 사이즈도 일정하게 맞췄다"면서 "버터나 다른 지방이 아닌 올리브오일만 쓰기 때문에 냉동식품으로 먹어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체카토 셰프는 프리미엄 HMR이 미식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공간의 한계가 명확한 호텔과 셰프가 비대면으로 고객을 만나고 파인다이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방에서 음식만 만드는 게 다가 아니라 고객과 소통하고 끊임없이 연구해 새로운 맛을 선사하는 게 셰프의 역할"이라며 "앞으로 다른 메뉴들도 차차 선보여 집에서도 신선한 미식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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