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정부의 대출 규제,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거래 절벽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중개 업계는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인중개사 개업은 1만6806건으로 지난 2013년 1만5816건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서울 시내 부동산에 붙은 임대 안내문 모습. 2022.03.02.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내놓은 집주인만큼이나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거래 수수료, 일명 '복비'가 주 수입원인 공인중개사들이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한 달 수입이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 사무실 임대료를 걱정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소재 공인중개사 B 대표는 "여기서만 10년 넘게 영업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거래가 없던 적이 없고 이 지역에서 30년 넘게 버틴 공인중개사도 이참에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했다"며 "일단은 소액의 전·월세 거래로 풀칠하며 버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적에 따라 임금을 받는 소위 실장급 공인중개사들은 업계를 떠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공인중개사 C 대표는 "많은 사무실이 대표와 실장이 같이 운영하는데 실장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사무실 대표도 권리금도 포기하며 시장을 떠나는 상황에서 실적이 없는 실장들은 무임금으로 있거나 일을 그만두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터줏대감'과 개업자의 명암…"거래 절벽으로 과포화된 업계 필터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거래는 지금보다는 활발했지만 현장에서는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COVID-19) 상황을 버티지 못한 공인중개사들이 먼저 떨어져 나갔다"며 "거래 절벽인 현 상황은 한 번 '필터링'을 거친 후 버틸 수 있는 이들이 사업을 유지하는 상황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의 특징도 있다. 부동산의 액수가 큰 만큼 거래를 맡길 때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을 찾는 경향이 있다. '터줏대감'이 해당 지역의 매물 대부분을 쥐고 있게 되고 특히나 현장을 찾기 어려웠던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들의 입김이 더 커졌을 거란 분석도 있다.
송파구 마천동 소재 공인중개사 D 대표는 "한 지역에서 오래 영업한 공인중개사들이 사실상 매물을 꽉 잡고 있다"며 "이들은 거래가 잘 될 때 많이 벌어놨다가 지금처럼 불황에 버티는 식으로 수십 년을 영업한 사람들이니 지금처럼 절벽 시기에도 당장 폐업하거나 그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파가 부는 업계임에도 지난해 배출된 공인중개사는 2만6913명이다. 현재까지 전체 공인중개사는 49만3502명이고 그중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만 11만8240명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전국 편의점수(5만1792개)의 2배에 달한다.
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는 자격증만 있으면 사무실, 책상, 컴퓨터 정도만 있으면 일단 개업을 할 수 있는 개업 초기 비용이 거의 없는 업종"이라며 "이미 오래전부터 과포화 수준의 업계였는데 코로나19로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폐업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개업한 지 1~2년 된 공인중개사들이고 그들 대부분은 일단 개업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뛰어든 것 같다"며 "2년 동안 코로나19에 이어 부동산 시장 한파로 또 한 차례 업계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