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LNG선 /사진=대우조선해양
가장 먼저 칼을 뽑은 곳은 대우조선해양이었다. 18일 공시를 통해 유럽지역 선사로부터 2020년 10월 수주한 쇄빙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3척 중 1척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중도금이 기한 내 입금되지 않은 것이 해지의 이유였다. 대우조선해양은 구체적인 국가·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과 맺은 계약으로 파악된다.
이들 3척은 현재 건조가 진행되고 있는 선박들이다. 해지된 선박의 공정률은 46%로 절반 가까이 지어진 상태며, 나머지 2척은 각각 29%, 18%의 공정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사의 계약 이행 의지를 확인한 뒤 해당 선박들의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건조해 새로운 선주사가 나타나길 기다릴지, 해체해 고철값을 확보하거나 다른 선박의 자재로 활용할지 등을 추후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업계는 30% 이상 건조된 선박의 경우 공정을 완료한 뒤 재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이 해지된 공정률 46%의 선박의 경우 건조를 마무리 짓는 게 이익이라는 의미다. 이 경우 해당 선박은 건조가 완료돼도 선주에 인도되지 않고 대우조선해양의 재고로 분류되게 된다. 건조되는 과정에서 새 선주를 구하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제값을 받아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NG선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선박은 쇄빙LNG선으로 수요가 한정적"이라면서 "구매 의사가 있는 선사가 있더라도 조금이라도 값을 낮추기 위해 쉬이 계약에 나서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 공정률만 놓고 봤을 때 46%·29% 선박의 경우 건조를 이어가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재판매의 부담과 후판 값이 높아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대우조선해양이 해체를 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많은 수주잔량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중공업도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중공업은 구체적인 공정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선박·기자재의 결재일이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다"면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주잔량이 가장 적은 한국조선해양은 사정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주한 3척의 선박 가운데 1척은 갓 건조되기 시작해 해체하더라도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2척의 경우 설계단계여서 다른 조선사들보다 계약해지에 대한 부담도 덜한 상황이다.
또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유지비용이 큰 드릴십에 비해 악성이라 할 수 없지만, 선박이든 기자재든 재고가 발생한다는 것 자체가 조선사 입장에선 큰 부담"이라면서 "장시간 조선시황 부진으로 유동성이 약화 돼 건조하고 있는 선박 대금으로 다음 건조할 선박의 원자재를 구매해온 상황이기 때문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