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교착 상태인데…러 "민간인 희생 줄이려 공격 속도 늦췄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05.2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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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젤렌스키 "한심한 거짓말"…
러시아가 전쟁 장기화 신호 낸 것 분석도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에 올라선 우크라이나군/AFPBBNews=뉴스1파괴된 러시아군 탱크에 올라선 우크라이나군/AFPBBNews=뉴스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탈환 작전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도적인 전략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민간인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군사작전 속도를 늦췄다는 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 주장에 "한심하다"고 되받아쳤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군사안보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국방장관 화상 회의에서 "공격 속도가 늦춰졌지만 이는 민간인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기존 주장도 재차 반복했다. 쇼이구 장관은 "러시아군은 민간인이 있을 만한 민간 기반 시설들은 공격하지 않고 있다. 적의 전투진지와 군사시설만 정밀 무기로 타격하는 중"이라며 "포위된 거주 지역에서 민간인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휴전을 선포하고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의 발언은 동부 돈바스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예상외로 더딘 공격 속도를 보인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사회는 현재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이 비슷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어 향후 수주 간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비서관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공세는 필요한 만큼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시한에 쫓기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모든 목표가 달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트루셰프 비서관은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로이터는 "최근 러시아 측은 소모적이고 값비싼 '특수 군사작전'이 정체됐다는 인상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들의 발언은 러시아가 전투를 빨리 끝내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침공이 아닌 안보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특수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비참한 상황을 숨기기 위한 러시아 측이 한심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가 3만명에 달하는 군인과 수천 대의 탱크 및 장갑차를 잃은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으로 공격 속도를 늦췄다는 주장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군이 전력에 큰 손실을 입어 추진력을 잃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러시아는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거짓말로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며 "이 얼마나 한심한가. 그들이 스스로 이를 깨달을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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