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전자보다 매력적" 외국인 소리없이 '줍줍'한 韓 소부장 주식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5.26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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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5년간 450조 투자 수혜주 부각..."구조적 장기 성장의 초입"

"6만전자보다 매력적" 외국인 소리없이 '줍줍'한 韓 소부장 주식


삼성그룹이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에 향후 5년간 450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반도체 초강대국 도약을 위한 큰 그림 속에 한국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핵심 수혜주로 부상했다.

삼성의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투자 규모다. 지난해 대만 TSMC가 향후 3년간 파운드리 사업에 11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압도하는 규모다.



핵심 투자대상은 반도체로,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파운드리·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약 300조원을 쏟아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그룹발 투자 바람이 불며 25일 주식시장에선 소부장 주식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하나머티리얼즈 (54,900원 ▼1,500 -2.66%)가 2.60% 올랐고, 원익QnC (31,500원 ▼1,700 -5.12%)도 2.54% 상승했다. 티에스이 (57,900원 ▼4,300 -6.91%)가 2.22% 올랐고 ISC (85,600원 ▼6,700 -7.26%)도 5.75% 강세였다. 원익QnC는 작년말 4%대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7.79%까지 올랐고 티에스이도 6.9%→11.14%, ISC도 3%대에서 8.49%까지 올 들어 외국인 비중이 껑충 뛰었다.

이들 종목은 연초 미국 금리인상과 러시아 전쟁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치며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가 52주 신저가 부근에 머무르는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반도체 공급부족 시대의 수혜주..."삼성전자보다 소부장"
미국에는 인텔, 엔비디아, 마이크론 같은 유명한 반도체 업체가 있지만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같은 세계적인 소부장 기업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소부장의 국산화'라는 시대적 과제와 정책적 지원이 겹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필적하는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특히 작년부터 반도체 산업의 최대 난제인 '반도체 공정기술 난이도의 비약적 상승'으로 소부장 업종에 고성장 기회가 발생했다.

반도체 공정 난이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생산업체는 난이도 증가에 따른 단위 투자금액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는 소부장 업체의 이익이 대폭 증가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된다. 소부장 업체 실적은 생산업체의 설비투자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6만전자보다 매력적" 외국인 소리없이 '줍줍'한 韓 소부장 주식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이사는 "지금 반도체 산업은 '공정기술 난이도 상승'이라는 절대적 과제를 안고 있고 D램, 낸드, 비메모리 모두 공정기술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구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정 기술 난이도 상승은 결국 CAPEX(설비투자를 위한 자본지출) 증설 요구량 증가로 이어지고 생산업체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보다 CAPEX가 더 빨리 늘며 생산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업체는 매출이 동일해도 비용 증가로 결국 이익률이 하락하게 되고 이 상황에서 독과점 시장에 속한 메모리와 비메모리 업계는 모두 공급초과를 경계하게 된다"며 "결국 공급부족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생산업체의 CAPEX는 증가하게 되는데, 소부장 기업 이익은 생산업체의 CAPEX에 비례해 증가하므로 소부장의 이익이 생산업체보다 더 크게 증가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공정기술 난이도 상승이라는 메가 트렌드 속 이같은 추세는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공정기술 난이도가 크게 오를수록 부품의 교체주기는 짧아지고 신규 부품은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국산화 과제 짊어진 韓 소부장, 실적 모멘텀 초입에 서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금지 사태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 국산화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실제로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소재, 부품, 장비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빠르게 하락했고 국내 소부장 개발비 투입은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은 한국 소부장 업종에 새로운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최 이사는 "한국 소부장 업체들은 시장점유율 상승에 신제품 확대, 고객군 확장(중국 시장) 기회까지 발생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올해도 소부장 기업 대부분이 사상 최대 실적을 재차 경신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소부장 업종은 반도체 사이클과 무관하게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기에 메모리 사이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이사(기업분석부장)/사진=신한금융투자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이사(기업분석부장)/사진=신한금융투자
반도체 생산업체를 압도하는 소부장 기업의 실적 가시화는 이미 시작됐다. 1분기 반도체 전공정 부품업체인 원익QnC, 하나머티리얼즈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71%, 55%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이들 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90~100%에 달한다. 소재업체의 경우 올해 1분기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으로 최근 주가는 부진했지만 1분기 영업이익률은 평년 수준의 회복세를 보였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소재주 가운데 한솔케미칼 (185,700원 ▼5,300 -2.77%)에 대해 목표가 39만원(현 주가 25만원대)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매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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