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그래도 희망은 있다…"이제 세계서 무시 안 당합니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정기종 기자 2022.05.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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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찬밥신세 바이오, 부활의 조건④"정부 대규모 지원 약속…K바이오, 머지않아 빛볼 것"

편집자주 자본시장이 바이오를 외면하고 있다. 현장에선 "이 정도로 자본시장에서 바이오가 철저하게 저평가 받은 적은 없었다"는 토로가 나온다. 막대한 연구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바이오는 자본시장과 떨어져 혼자 설 수 없다. 생존을 위해 지속적인 자금 수혈이 필수적이다. 자본시장과 동행하지 못하면 바이오 생태계는 무너진다. 바이오가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이유와 배경, 그로 인한 영향,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짚는다.

바이오 그래도 희망은 있다…"이제 세계서 무시 안 당합니다"


우리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각에 부정적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자본시장 저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전문가가 K바이오의 저력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 바이오 기업 중 조금씩 해외 기업에 기술이전하는 사례도 나오고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회사)와 공동연구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단 의미다. 정부의 강한 바이오 육성 의지도 기대 요인이다.

글로벌 임상3상 빛볼까…코로나19 팬데믹서 역량 뽐내기도
신약 개발을 위한 국내 바이오의 글로벌 임상 3상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전 성과도 차곡차곡 쌓인다.



유한양행 (69,000원 ▼1,100 -1.57%)은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단독요법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얀센의 '아미반타맙'과 병용요법 임상 3상도 병행한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회사 코아스템 (11,480원 ▼1,220 -9.61%)은 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의 한국과 미국 동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메드팩토 (8,780원 ▼870 -9.02%)는 자체 신약 후보물질 '백토서팁'과 머크(MSD)의 '키트루다'을 병용투여하는 방식으로 대장암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22,300원 ▼400 -1.76%), 레고켐바이오 (63,200원 ▲1,100 +1.77%), 큐라클 (18,030원 ▲1,020 +6.00%) 등 국내 바이오 벤처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비상장 기업 중에도 보로노이, 에이프릴바이오 등이 기술이전 성공 경험을 확보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이전은 계약 규모 1조원 이상의 대형 딜(거래)로 주목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신약개발 회사 대표이사는 "일부 바이오 기업의 연구 실패나 도덕적 해이 때문에 K바이오에 대해 전반적으로 의구심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국내엔 그동안 연구개발로 축적한 노하우와 테크닉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선 바이오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개발을 100% 장담할 수 없더라도 해외에서 기술력을 더 인정하는 국내 바이오도 적지 않다"며 "이제 어느 나라도 한국 기업이 신약을 개발한다고 할 때 비웃지 않을 정도로 위상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많은 국내 바이오 기업이 고생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데 자본시장에서 너무 색안경을 끼고 저평가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주요 파이프라인 연구를 지속하고 임상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한데 자본시장에서 저평가가 지속되면 신약 개발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바이오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역량을 뽐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72,000원 ▼18,000 -2.28%)는 빠르게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설비로 생산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 (57,100원 ▼1,100 -1.89%)는 생산뿐 아니라 자체 백신 개발도 막바지 단계에 도달했다. 셀트리온 (172,500원 ▼4,600 -2.60%)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며 국내외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9,740원 ▼290 -2.89%), 씨젠 (21,650원 ▲150 +0.70%) 등은 발빠른 코로나19 진단 제품 허가와 생산으로 글로벌 팬데믹 대응에 기여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폭발적인 실적 성장이 이뤄졌다. 롯데, GS 등 대기업의 바이오 진출도 산업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호재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이 펀더멘탈(기초체력)을 키웠고 세계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다만 의약품 생산이나 초기 단계 후보물질 기술이전뿐 아니라 직접 세계 시장에서 통할 신약을 만들 필요가 있는데 우리 업계가 그동안 시장에 확실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바이오 기업 스스로가 본질적 가치를 담금질하면서 보유 기술에 대해 솔직하게 시장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우리 기업이 혁신 기술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행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규모 지원 약속…바이오 환골탈태 가능할까
바이오 그래도 희망은 있다…"이제 세계서 무시 안 당합니다"
정부도 바이오를 핵심 미래 먹거리로 꼽고 대규모 지원을 예고했다. 지난 정부 막바지에 발표한 연내 9000억원 규모 투자를 비롯해 새 정부의 대규모 펀드 조성부터 초기 연구개발 전담기구 설립, 인재 양성,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바이오헬스 한류 시대를 열겠단 포부다.

지난 10일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포함했다. 바이오헬스 분야 수출을 지난해 257억달러(32조1250억원)에서 2030년 600억달러(75조원)로 키우고 일자리는 98만개에서 150만개로 확충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1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백신과 치료제 등 관련 기술 육성을 위한 한국판 '아르파헬스'(ARPA-H)를 만들기로 했다. 아르파헬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바이오헬스 전담 연구기관이다. 초기 연구개발에만 약 8조원을 투자하는 등 정부가 바이오 산업 육성을 주도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바이오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기대된다. 과학에 기반한 규제 혁신과 디지털헬스케어 혁신생태계 조성,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정밀의료 실현 등 계획이 눈에 띈다. 특히 업계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육성 컨트롤타워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도 윤석열 정부 주요 공약에 들었다. 업계의 목소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란 평가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적극적인 바이오 육성 의지와 민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노력이 맞물릴 경우 충분한 시너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본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올초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술이전 사례에서 보듯 많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 바이오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언제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머지 않아 한국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한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과 개발 능력에 확신이 있다"며 "바이오는 규제 과학인 만큼 정부가 바이오 산업의 성장 동반자가 될 수 있게 여러 제도적 지원과 함께 충분한 심사 전문인력을 확보해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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