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경제 잘 돌아간다" 푸틴 말 진짜? '루블화'가 왜 치솟지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22.05.25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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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대금 루블화 결제 등 대응 효과…
유로화 상대 루블화 가치 7년새 최고,
"서방 제재 더 강하게 해야" 주장 나와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소년이 폐점을 알리는 문구와 "전쟁 반대"라는 메모가 붙은 맥도날드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앞서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글로벌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 내 매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2022.03.16.[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 소년이 폐점을 알리는 문구와 "전쟁 반대"라는 메모가 붙은 맥도날드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앞서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글로벌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 내 매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2022.03.16.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는 잘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이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1달러에 143루블 수준으로 가치가 급락했지만, 최근에는 4년 새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 루블화 대금 결제를 요구하는 등 러시아 정부가 쓴 철저한 환율방어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이 많은 유럽의 유로화에 대한 루블화 가치는 7년 만의 최고치다. 이에 따라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초강수를 둬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루블/유로 환율 7년 만의 최저치…무섭게 치솟는 '루블' 몸값
23일(현지시간) 유럽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장중 한때 1유로당 58.75로, 2015년 6월 초 이래 최저치(화폐가치 상승)를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로도 6.3% 급락한 수준이다.

달러 대비로도 강세가 이어졌다. 루블화는 지난 20일 장중 4년2개월 전 수준인 1달러당 57.13까지 가치가 치솟았다. 2018년 3월 15일 종가 이래 가장 높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7일 루블화 가치는 1달러당 143루블까지 폭락했지만 급격히 회복해 지금은 전쟁 전인 2021년의 70루블대 수준도 가볍게 웃돈다.



"러 경제 잘 돌아간다" 푸틴 말 진짜? '루블화'가 왜 치솟지
이는 역설적이게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원유, 가스 등 대표적인 에너지 수출국인데, 서방의 금융 제재를 피하기 위해 원유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할 것을 유럽 등 수입국들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루블화 수요가 더욱 많아지고 루블화 가치는 오르는 것이다.

러시아 측은 가스를 사는 외국 기업 절반가량이 루블화 계좌를 개설했다고 주장한다. 또 루블화 대금 결제를 거절한 국가들에 수출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핀란드, 폴란드, 불가리아 등에 대한 가스 공급을 차단했다.

루블화 가치 상승은 또한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환율방어 정책에도 기인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루블화 유출을 막기 위해 내국인에게는 환전을 금지했고, 외국인에게는 주식 매도를 금지했다. 또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려 통화가치 방어에도 나섰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수출 기업들에 외화 수입 대금 80%에 대해 루블화 환전을 의무화했는데 이같은 조치가 루블화 수요를 더욱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러시아 경제는 잘 돌아가"…"서방 에너지 제재 강화해야" 비판도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으로 농·어업산업 지원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적 식량 부족에 따라 올해는 적대적인 국가에 대한 식량 수출에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2.04.06.[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화상으로 농·어업산업 지원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적 식량 부족에 따라 올해는 적대적인 국가에 대한 식량 수출에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22.04.06.
러시아는 이제 루블화 강세를 우려할 상황이다. 23일 러시아 재무부는 환전 의무화 비율을 80%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루블화 강세로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발표와 동시에 루블화는 더욱 상승했다. 시장에서 이를 루블화가 안정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 의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러 경제제재가 효과적이지 않은 만큼 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나온다.

러시아 내 금융기관들은 향후 루블화가 강세를 유지하며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오트크리티에 은행은 루블화가 한달 내 달러당 55루블까지 강세를 보이다가 연말께 70~80루블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 러시아 소치에서 벨라루스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과 회동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힘입어 러시아는 올해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러시아의 무역흑자가 2500억달러(약 316조원)로, 지난해 1200억달러의 2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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