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되지말자" 최태원의 1년 고민, 新기업가정신으로(종합)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5.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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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제 국민들은 기업들 보고 변하라고 합니다. '나 때는' 얘기만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꼰대로 낙인 찍힐 겁니다. 변해야 합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 강단에 올라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우리사회가 맞이한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의 새로운 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업들도 동참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변해야 한다는 원칙은 알지만 어떻게 변할 것이냐는 얘기는 참 어렵다"며 "그래서 대한상의는 지난 1년 동안 3만명 이상의 국민으로부터 의견을 들었고 회원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간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를 경제계와 나누고 국민께 알리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기업선언문을 공개했다.

기업선언문은 기업인, 전문가 등이 만든 실천과제의 공통분모다. 5대 실천과제를 담았다.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기업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상생 등이다. 최 회장은 "선언문의 정신을 토대로 꾸준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다보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받는 날이 올 것"이라며 전 경제계의 동참을 주문했다.



'진풍경이네' CEO 40여명이 한 곳에…"기업 역할 확대돼야" 한뜻
선포식은 '왜 신기업가정신인가'를 설명하는 오프닝 영상으로 막을 올렸다. 영상은 기업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을 소개했다. 시민들은 '시대변화에 따라 친환경에 기여하는 기업, 실천하는 기업,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슬아 컬리 대표 등이 축사에 나섰다. 정 회장은 "최근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문제가 기업과 사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을 소중히 여기며 기업 역할을 사회가치 증진까지 확장하는 신기업가 정신이야 말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이라 말했다.

손 회장은 시대가 바라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발휘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업가정신은 시대에 따라 그 폭을 더욱 넓혀가고 있으며 기업에 대한 사회적 바램 역시 매우 커졌다"며 "불굴의 도전을 지속하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다시 발휘되어야 할 때"라 말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도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젊은 기업의 변화상을 전했다.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행사에는 40명 이상의 CEO(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과 정 회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하범종 LG 사장 등 대기업 대표를 비롯해 이종태 퍼시스 회장, 정기옥 LSC푸드 회장 등 중소·중견기업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유니콘 기업 대표 등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대기업 인사는 "처음보는 진풍경"이라며 "이렇게 많은 CEO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그렇고 기업가정신을 선포하며 의지를 다지는 것도 그간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 모두는 20~30초간 발언하며 신기업가정신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실천의지를 다졌다.

신기업가정신협의회 출범...어떤 과제 제시됐나
이날 경제계는 ERT(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출범시켰다. ERT는 전 경제계가 함께하는 공동 챌린지, 개별기업의 역량에 맞춘 개별 챌린지 등 2가지 방식으로 실천과제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공동 챌린지 예시로는 △선제적으로 사람을 뽑는 '청년 채용 릴레이' △임직원이 모두 눈치 보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 '눈치가 없네' △하루 동안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제로(0) 플라스틱 데이 등이 언급됐다. 대한상의는 과제를 경제계 전반으로 공동 실천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 참석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뉴스1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 참석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뉴스1
개별 챌린지로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과제들이 다수 제시됐다. 현대차는 'H-온드림'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스타트업에 자금과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외식업종 자영업자에게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배민의 '꽃보다 매출'을 소개했다. 현대중공업은 '1% 나눔 사업'을 소개했다.

'기업문화 향상'과 관련해서는 토스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사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급과 무관하게 능력있는 구성원이 권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친환경 경영'도 눈에 띄는 주제중 하나였다. 대표적으로 마켓컬리가 종이 박스 회수 서비스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을 토대로 나무를 심는'샛별 숲 조성'사업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활동이 이뤄지면 성과를 측정해보고자 한다"면서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는지 파악해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반기업 정서도 개선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는 선포식에 앞서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과 배민·토스 등 벤처기업, 미래에셋증권·기업은행 등 금융권, 경총·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까지 총 76명의 기업인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ERT는 기업선언문 서명 활동을 이어나가며 전 경제계의 신기업가정신 실천을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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