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주면 신상 공개하는데..전세금 떼먹은 집주인 왜 안돼?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2.05.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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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반복되는 전세사기, 왜?①국회서 잠자고 있는 '나쁜 집주인 공개법'

편집자주 최근 잇따라 '전세가=매매가' 무갭투자로 청년과 신혼부부 전세금을 떼 먹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나쁜집주인 공개법이 발의됐지만 개인정보 보호에 막혀 서민들은 '깜깜이' 전세계약을 해야한다. 되풀이 되는 전세사기, 막을 방법이 없는지 짚어봤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서울 주택 매매시장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량이 아파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가 아파트의 약 2.7배에 달했다.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 N타워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2022.2.2/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서울 주택 매매시장에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량이 아파트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가 아파트의 약 2.7배에 달했다.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 N타워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2022.2.2/뉴스1


#. 강서구 화곡동 역세권 빌라에 전세로 사는 30대 세입자 A씨는 전재산이나 다름 없는 전세보증금 2억원을 몽땅 날릴 위기에 처했다. 계약 당시 전세금이 2억원인데 집값이 2억1000만원이라 망설였지만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면 된다"는 공인중개사 말을 믿었다. 바로 옆집도 전세보증에 가입했단 사실도 확인했다. 입주 후 곧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보증을 신청했으나 "집주인이 보증금지 대상이라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같은 통지를 받았다. 이후 집주인과 연락이 두절됐고, 얼마 뒤 건물이 압류됐다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는 확실한 방법은 '전세보증'에 가입하는 것이지만 A씨처럼 가입이 거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악성 임대인'인지 여부를 세입자가 계약전에는 알수 없어서다.



양육비 안주면 신상 공개하는데..전세금 떼먹은 집주인 왜 안돼?
신혼부부·청년 울리는 전세금 미반환사고, 5년간 80배 급증, 6199억원 떼였다
양육비 안주면 신상 공개하는데..전세금 떼먹은 집주인 왜 안돼?
25일 국회와 HUG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UG의 전세보증금 사고 발생건수는 3323건, 6199억원이었다. 전세보증은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 주지 않아도 보증회사가 대신 갚아주는 상품이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갚아준 금액(사고금액)은 지난 2017년 74억원에서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지난해 6000억원을 넘었다. 사고금액의 62.2%는 2030세대에서 발생했다. 30대 비중이 48.2%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20대도 14.0%에 달했다.



이들은 그나마 집주인 대신 HUG로부터 전세금을 돌려 받아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사기를 당하지 않으려고 전세보증에 가입하려 해도 막상 가입 자격이 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집주인이 상습적으로 전세금을 떼 먹은 '악성 임대인'이라면 보증회사는 보증 가입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악성 임대인 정보는 보증기관인 HUG나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에 차곡차곡 쌓였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이나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명단 공개가 금지돼 있다.

양육비 안주면 신상 공개하는데..전세금 떼먹은 집주인 왜 안돼?
전세보증 회사만 아는 '나쁜 집주인 명단'.. 상습 체납자·양육비 미지급 부모는 이름까지 공개하는데?
국회에는 '나쁜 집주인 정보공개법'이 2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들이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라며 반발하면서 1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하지만 현행 국세징수법이나 지방세징수법, 관세법, 양육비 이행법 등의 정보공개 수준과 비교해 정보공개 수준이 과도하지 않다는 반론이 크다. 정부는 상습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악성 납세자의 이름과 연령, 직업, 주소지, 체납액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배드파더스'에 대해서도 나이, 직업, 주소, 근무지, 채무불이행기간 등의 개인정보 공개가 가능하다.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영국 런던시도 지난 2017년 5월부터 시청 홈페이지에 '나쁜 임대인 이력 확인 시스템(Rogue landlord checker)'을 도입했다. 제도 도입후 20개월간 18만5000명의 나쁜 임대인 이력이 공개됐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나쁜 임대인 정보 공개'를 국정과제로 추진키로 해 관련법 개정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보증 가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돈을 떼 먹을 가능성이 높은 임대인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전세금이 전 재산일 수 있는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도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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