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에서 KBS 열린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74년 간 역대 대통령들이 세들어 살았던 청와대를 돌려받은 국민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와 집 구경을 하고 있다. 권력자의 '구중궁궐'이 국민의 공간으로 모습을 바꾸자 서울 광화문에서 경복궁, 청와대, 삼청동으로 이어지는 문화·관광벨트가 형성되고 있다.
국민대표 74인과 시민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정문 개방을 앞두고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당초 계획과 달리 건물 내부 관람은 불가능해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현재 개방 상태랑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고 꼬집는 등 반쪽짜리란 지적도 나왔지만, 인근 주민부터 부산 경로당에서 온 단체 관광객까지 각양각색의 시민이 찾으며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실제 지난달 27일 관람 신청 첫 날엔 트래픽 폭증으로 사이트 접속이 지연될 만큼 '광클' 경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개방 효과는 광화문~삼청동 일대로 확산되고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경복궁 평일 관람인원이 5만7138명으로 전달 같은 기간보다 무려 4배 이상 급증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도 '이건희 컬렉션' 효과와 맞물리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식당 등 삼청동 상권은 청와대 직원 등 고정 소비층이 사라졌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 소비 수요가 몰리고 있다.
2022 봄 궁중문화축전이 열린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시민들이 맑은 날씨속에 휴일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관광협회 중앙회 관계자는 "광화문 일대가 관광 콘텐츠가 풍부하지만 청와대의 존재로 경복궁과 각 지역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단절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청와대 개방으로 광화문이 하나의 거대한 도보관광 클러스터(집적지)가 되면 중구나 마포구 등 인근 지역까지도 관광소비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류관광 콘텐츠 기능도..보존 방안은?
2019년 청와대 사랑채 전시관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청와대 개방 및 코로나19 방역완화 시 국내외 관광객들의 관람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뉴시스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24일 주요 공략시장인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 여행업계를 초청해 청와대를 시찰하고 이와 관련한 상품을 마련키로 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 지역에서 BTS(방탄소년단) 등 한류 붐으로 한국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청와대는 기존에도 외국인 관람수요가 컸던 곳이라 적지 않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시민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지정 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제 막 개방한 만큼 경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을 설치해 합리적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국민이 주인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