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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사장님 된 中동포, 알고보니 19년 전 '안양 호프집 살인범'

머니투데이 채태병 기자 2022.05.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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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예능 '알쓸범잡2'/사진=tvN 예능 '알쓸범잡2'




국내에서 살인을 저지른 뒤 허술한 법 체계를 악용한 신분세탁을 통해 19년 동안이나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간 중국 동포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tvN 유튜브 채널 '디글 : Diggle'은 지난 19일 '살인을 무려 19년 동안 들키지 않고 살았던 불법체류자'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은 장강명 소설가의 사건 설명으로 시작된다. 사건은 1997년 경기 안양시의 한 호프집에서 벌어졌다.



당시 호프집에서는 불법체류자인 중국 동포 강씨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만취한 강씨가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자 주인 A씨는 "정신 차리고 이제 나가라"고 항의했다.

주인 A씨가 자신을 내보내려고 하자 순간 이성을 잃은 강씨는 주방에 있던 흉기를 들어 A씨를 무참히 살해한 뒤 도망갔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건 현장에 남은 증거(강씨의 지문)를 통해 금세 용의자를 특정했고, 이틀 만에 강씨의 주거지를 확인해 급습했다.

/사진=tvN 예능 '알쓸범잡2'/사진=tvN 예능 '알쓸범잡2'
하지만 강씨는 이미 중국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강씨는 A씨를 살해한 직후 집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 곧바로 인천항으로 이동했다.

인천항에 도착한 강씨는 출입국관리소를 찾아가 "내가 불법체류자인데 고국(중국)의 아버지가 임종 직전이라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은 불법체류자가 자신의 불법체류 사실을 자백하면 과태료만 내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출국명령 제도'를 시행 중이었다.

결국 강씨는 출입국관리소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건너갔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살인자의 도피를 도와준 꼴이 된 셈.

이후 중국에서 거주하던 강씨는 2003년 다시 한국으로 몰래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자신의 성을 이씨로 바꾸는 등 신분세탁까지 했다.

/사진=tvN 예능 '알쓸범잡2'/사진=tvN 예능 '알쓸범잡2'
강씨에서 이씨가 된 그는 한국에서 전기설비 업체를 운영, 직원을 10명이나 둔 사장으로 성공했다.

더욱이 그때 우리 정부는 '재외동포 고충해소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는 중국 동포 등이 불법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 신고하면, 면죄부를 주고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정책이었다.

이씨는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해 불법체류자 신분까지 떼어낼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한국에서 결혼한 뒤 평범한 삶을 살았다.

신분세탁 후 영원히 검거되지 않을 것 같았던 이씨는 자신의 실수로 경찰에 실마리를 제공했다. 지인과의 술자리를 갖던 중 이씨가 "내가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다"라고 자랑을 한 것.

/사진=tvN 예능 '알쓸범잡2'/사진=tvN 예능 '알쓸범잡2'
살인 경험담을 들은 지인은 이씨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으나 우연히 TV에서 나오는 미제 사건 관련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지인은 TV 방송에서 다룬 미제 사건의 내용이 이씨가 말한 내용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를 체포한 뒤 그의 지문이 1997년 인천항 출입국관리소에서 찍었던 강씨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건 발생 19년 만인 2016년이 돼서야 마침내 안양 호프집 살인 사건의 진범이 붙잡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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