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맛' 그리운 러시아, 대놓고 맥도날드·콜라 짝퉁 찍어내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2.05.20 06:50
글자크기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음료업체 오차코보가 출시한 탄산음료 쿨 콜라, 팬시, 스트릿의. /사진=뉴시스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음료업체 오차코보가 출시한 탄산음료 쿨 콜라, 팬시, 스트릿의. /사진=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국 기업이 줄줄이 러시아를 떠나자 그 빈자리를 이른바 '짝퉁' 자국 브랜드가 채우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타임스 등은 러시아 음료 생산업체인 오차코보가 지난 15일 코카콜라, 환타, 스프라이트를 대신할 탄산음료 '쿨 콜라', '팬시', '스트릿'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1978년 설립된 오차코보는 러시아 호밀 음료 크바스, 저알코올 꿀 음료 메도부카 등 러시아 전통 음료를 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지난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차원에서 미국 음료 제조업체 코카콜라가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자 이를 대체할 탄산음료를 개발했다.



오차코보는 홈페이지 상품 설명에서 '쿨 콜라'는 콜라의 상징적인 맛, '팬시'는 환타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렌지 맛, '스트리트'는 레몬 라임 주스와 허브 추출물이 함유된 맛이라고 설명했다. 팬시와 스트리트 병 디자인은 환타와 스프라이트 특유의 파란색과 주황색, 초록색과 노란색 조합을 모방하기도 했다.

코카콜라를 대체할 음료를 내놓은 러시아 회사는 오차코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러시아 음료 회사 슬라브다는 러시아 소비자를 표적으로 '그링크 콜라'를 출시했으며, 러시아 북부 코미 지역에 있식티프카르피보 공장에선 자체 이달 상표 '코미콜라'를 출시했다.
러시아의 짝퉁 맥도날드(왼쪽)와 인스타그램 로고 /사진=러시아 지식재산청러시아의 짝퉁 맥도날드(왼쪽)와 인스타그램 로고 /사진=러시아 지식재산청
앞서 지난 3월 미국 패스트푸드 맥도날드가 러시아 전역에 있는 850개 매장을 폐쇄하자 3일 만에 대체 브랜드가 등장했었다. 이 브랜드는 '바냐아저씨'(Дядя Ваня)로 맥도날드 로고를 옆으로 돌린 B 모양을 쓴다.

워싱턴 포스트는 "바냐 아저씨의 로고는 맥도날드의 상징적인 로고와 거의 동일하지만 오른쪽으로 90도가 기울어졌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이외에 러시아 당국에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 미국 커피브랜드 스타벅스와 유사한 로고 출원도 이어졌다.

플랫폼 서비스에도 짝퉁이 등장했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해외 플랫폼을 차단하자 유튜브 대신 러튜브가, 인스타그램 대신 로스그램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이 같은 '짝퉁' 브랜드가 계속 등장할 전망이다. 전쟁 장기화로 서방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러시아 활동을 종료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전문가 로버트 랜즈 변호사는 "러시아 정부는 소비자들이 예전에 샀던 제품을 못 구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특히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모조 상표를 승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