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스타트업은 거른다?...첫 투자 1년만에 8배 수익 '잭팟'

머니투데이 창원=류준영 기자 2022.05.25 10:36
글자크기

[머니人사이드]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 "지역 스타트업 많아져야 지역균형발전 이뤄"

"지역에 있는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은 굉장히 뛰어난데 지역에 있어서인지 주목받지 못하죠.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지역 양극화가 심각합니다.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도 위축된 지역 스타트업들을 보면 늘 안쓰러워요."

특허명만 들어도 회사 이름을 줄줄 왼다. 회사의 특징도 막힘없이 설명하는 액셀러레이터 대표. 지역 대표기업과 스타트업을 이어주면서 지역경제에 혁신을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스타트업을 밀고 있는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의 얘기다.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사진=시리즈벤처스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사진=시리즈벤처스


시리즈벤처스는 2021년 기준 약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면서 초기 스타트업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액셀러레이터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수도권을 제외한 스타트업 가운데 기업가치가 1000억원이 넘는 곳이 드문데 시리즈벤처스 포트폴리오엔 2곳(자이언트케미칼, 킥더허들)이나 있다.

지금까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순환여과식 양식장 자동제어시스템을 개발한 '제이제이앤컴퍼니스'(JJ&COMPANIES)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을 개발한 '코봇'(COBOT) △이끼 포자배양을 통한 산림 재난 복구키트를 선보인 '코드내추럴' △의료용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코제 디스플레이' 등 총 28개사에 약 48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시리즈벤처스는 올해 겹경사를 맞았다. 팁스(TIPS,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운영사에 선정된데다 박 대표는 올해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한국AC협회) 이사직을 맡았다. 그는 임기 동안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꾸준히 낼 계획이다. "회원사들이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스타트업 발굴·성장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거예요. 지역 특성을 살린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지속적으로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스타트업들이 많아져야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어요."

-본인과 회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2007년 증권사에 입사해 자본 시장 쪽에서 활동했다. 시리즈벤처스는 2017년 6월 부산에서 설립해 2020년 창원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작년엔 울산에 지사를 설립했다. 부울경에 모두 거점을 가진 지역 스타트업 육성에 특화된 액셀러레이터다. 지금까지 총 28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중 70% 이상이 부울경에 집중돼 있다. 현재 해당 팀들의 기업가치는 투자 당시 보다 평균 3배 이상 성장했다.

지역 스타트업은 거른다?...첫 투자 1년만에 8배 수익 '잭팟'
-액셀러레이터를 시작하고 힘든 점은.
▶사업모델이 약해 초기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신생 투자사로 펀드 출자자(LP) 모집도 쉽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창업 초기부터 정부 용역 사업보다는 펀드 결성 및 투자에 집중했다. 첫 투자한 자이언트케미칼이 1년만에 8배 정도의 수익을 내고 소문이 돌자 LP 모집이 훨씬 수월해졌다. 이때부터 투자 포트폴리오를 크게 확대했던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래퍼런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부 용역 사업과 출자 사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투자금은 어떻게 모으나.
▶초기에는 기존에 알고 지낸던 지인들이 주요 LP 였다면 최근에는 지역자치단체, 금융기관 등이 주요 LP다. 최근 지역사회에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지면서 지역 대표기업들도 출자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시 어느 부분에 주안점을 두나.
▶스타트업 투자는 결국 창업가로 귀결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대표에게서 나오고 위기가 왔을 때 극복하는것도 대표의 몫이다. 단순히 투자사와 피투자기업의 관계가 아닌 동반자로 생각하며 투자를 떠나 장기적으로 함께 할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을 추구한다.

-증권사 출신이라는 점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창업가 출신이 아니라서 사업에 대한 조언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투자를 포함한 자금조달 부분의 강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후속 투자유치, 창업 관련 기관과의 협업, 기술보증기금와 신용보증기금 연계, 팁스(TIPS) 지원 등 다양한 자금조달 지원 방안으로 돈 걱정 없이 사업에 집중 할수 있도록 CFO(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을 대신 하려고 노력한다.

-투자유치를 고민하는 지역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
▶지역에 있는 많은 대표님들이 회사가 어려울 때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 투자는 어려운 기업을 도와주는것이 아니다.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 진행한다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또 투자사의 이야기에 너무 휘둘려 본질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즈니스는 본인이 가장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투자사의 조언은 어디까지나 조언이다. 그저 우리 회사를 더 돋보일수 있는 방향으로 받아주면 된다.

-시리즈벤처스가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시리즈벤처스가 있어서 부울경에 창업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이렇게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후배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