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에이치엔엘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제기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전일(18일) 서울남부지법으로부터 기각결정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거래소는 이번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20일부터 30일까지 7거래일간 정리매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해 11월엔 유상증자 대금 가장 납입 의혹이 불거져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로 발생했다. 또 2013~16년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17~18년 영업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회계분식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2018년 이후 2021년까지 4년 연속으로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2364개사(코스피 819개사, 코스닥 1545개사) 중 97개사가 현재 거래정지 상태에 있다. 이 중에서도 거래정지 기간이 1년 이상인 종목의 수는 55개에 이르고 2년 이상인 종목도 31개에 달한다.
상장폐지가 늦어지면 부실징후가 농후한 기업들의 퇴출이 지연된다. 시장의 격도 그만큼 저하된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퇴출돼야 할 종목들을 제대로 퇴출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 퀄리티 제고를 위해 애먼 신규상장 후보종목들에 대한 심사만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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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이치엔엘의 경우 5년 넘게 퇴출이 지연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규제완화가 한 이유로 꼽힌다. 2018년 11월 신외감법(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으로 기업들에게 회계감사를 더 깐깐하게 실시하도록 하는 대신 금융위원회는 기업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더라도 다음 연도에서 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을 유지시키도록 상장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부실 징후가 나타난 기업이 비록 거래정지 상태가 지속되더라도 시장에서 즉각 퇴출되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그 전까지 6개월이었던 상장폐지 사유 해소 개선기간을 1년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이 때 도입됐다. 특히 코스닥에서는 기업이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할 경우 기업심사위원회, 코스닥시장위원회 등 절차를 더 거칠 수 있다.
거래소의 소극적 태도도 이유중 하나다. 2018년 THQ(옛 감마누)가 거래소를 상대로 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인용 결정을 받아 승기를 잡은 후 2019년 본안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2020년 8월에는 대법원에서 확정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거래소에서는 거의 대부분 종목에 대해 일단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등 결정을 뒤로 미루는 모습을 보여왔다. 앞서 언급된 1년 이상 거래정지 종목의 대부분이 2019년 8월 이후부터 지목된 종목들이다. 거래소가 해당 종목에 투자한 소액주주들로부터의 소송제기를 우려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