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의 '망 사용료' 전쟁, 주무대는 한국…재판·입법 모두 '장기전'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22.05.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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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2심서 '넷플은 ISP?' 공방…바이든 지원사격? "가능성 낮아"

/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논란에서 좀처럼 물러서 않을 전망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망 사용료 분담 목소리가 커졌지만,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의 법정 공방에서 줄곧 기술적 방어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스스로가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CP(콘텐츠공급자)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때 거론됐던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당분간 한국을 무대로 한 논박이 계속될 전망이다.

넷플릭스 "ISP 역할 한다"…SKB "넷플릭스는 CP일 뿐"
지난 18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제19-1민사부 심리로 열린 넷플릭스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 및 SK브로드밴드가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에서 양측 법률 대리인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1조원을 투자해 구축한 OCA(오픈커넥트어플라이언스)를 통해 이미 7200여개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무정산 방식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OCA가 사실상의 ISP 역할을 하는 만큼 국제 ISP 간 '상호무정산' 원칙에 따라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의 OCA는 "데이터를 분산된 서버에 저장하는 시스템인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에 불과"해 ISP로 볼 수 없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측이 주장한 국제 ISP 간 상호무정산 원칙을 적용할 수 없고, 넷플릭스는 CP로서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다른 쟁점은 넷플릭스가 주장한 양측의 '무정산 합의'가 존재하는지가 여부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처음부터 '망 이용대가를 지급받아야 연결한다'는 의사가 있었다면, 무정산방식의 OCA 연결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당사자 간 입장 차이가 커 2015~2016년에도 망 이용대가 협상이 결렬됐지만 최종 이용자의 불편을 고려해 연결했고, 당장 유상 합의가 안 돼도 추후 충분히 유상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이는 내달 15일로 예정된 3차 변론에서도 핵심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전세계서 '망값 분담' 입법 추진…바이든 지원사격? "가능성 낮아"
양측의 공방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CP가 급성장하면서 유발한 막대한 트래픽은 세계 각국 ISP 사업자들의 공통 난제이기 때문이다.

EU(유럽연합)도 넷플릭스·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한다. EU 집행위원회의 티에리 브레통 내부시장 담당 위원은 최근 프랑스 언론 인터뷰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망에 기여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면서 연내 해당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EU 주요 통신업체인 독일 도이치텔레콤, 프랑스 오렌지, 영국 보다폰 등 경영진은 EU 의회에 '글로벌 빅테크가 망 확장 비용을 의무적으로 분담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후속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입법 움직임 역시 한국이 한 발 더 빠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1일 법안소위에서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는데, 의결 이전에 한 차례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초 '2022년 각국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이 법안을 언급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자 '여론 정지'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달 1일 지방선거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공청회 개최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오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개최되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넷플릭스 이슈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진 않을 전망이다. 한때 바이든 대통령이 넷플릭스 한국 지사를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정상이 이를 논의할 환경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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