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가 1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와 2022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오타니는 분명 MVP도 슈퍼스타도 맞다. 베이브 루스 이후 유례없는 투타겸업 선수라는 점에서 세대를 초월했다고 봐도 될 듯하다. 하지만 이날 오타니의 활약을 살펴보면 타이밍상 다소 과한 칭찬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오타니를 띄워줬을까. 이유는 이날 오타니를 상대로 만점 활약을 한 포수 요나 하임(27·텍사스)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타니가 이정도 선수인데 그를 상대로 잘한 하임은 더욱 대단하다는 것.
요나 하임./AFPBBNews=뉴스1
데뷔한 지난해는 오타니를 상대로 6타수 무안타로 약했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다르다. 지난달 15일 오타니에게 만루홈런 포함 2안타 4타점을 기록하더니 이날은 3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지웠다. 특히 오타니가 하임을 제외한 8명의 텍사스 타자들을 3안타로 묶어 하임의 천적으로서 존재감이 도드라졌다. 올해 성적만 보면 5타수 5안타(1홈런) 7타점으로 오타니 한정 '10할 타자'다.
런더리 기자는 "오타니 킬러? 하임은 자신이 투타겸업 스타의 크립토 나이트(만화영화 슈퍼맨의 최대 약점)"라고 말하면서 "느리지만 그는 확실한 오타니의 아킬레스건이 됐다"라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텍사스 팬들 역시 런더리 기자와 비슷한 반응이다.
단순히 오타니를 상대로 강해 인기를 끈 것만은 아니었다. 하임은 올 시즌 타율 0.300(70타수 21안타) 4홈런 14타점, OPS 0.931로 맹활약 중이다. fWAR은 1.1로 텍사스 타자 팀 내 2위로 주전 포수이자 핵심 타자로 우뚝 섰다. 모처럼 가능성을 보이는 유망주가 라이벌팀 MVP 상대로 강하기까지 하니 예뻐보일 수밖에 없다.
또 텍사스는 이날 하임 덕분에 2022시즌 처음으로 한 팀 상대 3경기 스윕을 달성했다. 에인절스는 텍사스를 만나기 전까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텍사스전 3연패로 2위에 내려앉았다.
경기 후 인터뷰 역시 훈훈하다. 하임은 "그저 침착해지려 노력했을 뿐"이라고 겸손함을 나타냈다. 오타니는 "하임은 확실히 좋은 타자다. 난 내 공을 던졌고, 오늘 밤 그의 뜻대로 됐다"고 추켜세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