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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가 ''잠적''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던 내면의 질문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5.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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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사진제공=디스커버리채널도경수, 사진제공=디스커버리채널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를 알고 있다. 일에 치여,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내던 즈음이었다. 치열하게 보내던 매일의 어느 날, 문득 그 치열함 속에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마음의 방전을 알리는 적색 신호였다. 다음을 견디기 위해, 공허함이 더 커지기 전에 떠나야 했다. 누군가와 일정을 조율할 여유도, 여행 계획을 세울 여유도 없었기에 무작정 홀로 떠났다. 도착한 곳에선 목적 없이 걸어도, 때론 길을 잃어도 나밖에 없기에 괜찮았다. 혼자 하는 여행은 언제나 쫓기듯 살던 내게 여유를 선사했고,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살던 나에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나를 들여다보니 초반 느꼈던 일말의 외로움쯤은 서서히 사라졌다.

많은 이들이 꿈꿔봤을 혼자만의 자유로운 여정, 바쁘디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내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품어봤을 ‘잠적’의 꿈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 또한 다르지 않을 터.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와 ENA 채널이 시네마틱 로드무비 ‘잠적’을 통해 이 같은 욕구를 현실화시켰다. ‘잠적’은 차 한 대를 타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스타의 2박 3일을 담는 프로그램. 정해진 것이라곤 목적지뿐, 대본도 설정도 없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출연자의 자유로운 여정을 담는다.

제작진의 개입 없이 출연자의 의견을 100% 반영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방법에 따라 ‘잠적’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첫 장거리 운전에 도전, 제천으로 떠난 배우 김다미를 시작으로 김희애는 제주도의 숲과 바다를 찾아 데뷔 38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인 김희애’와 마주했다. 한지민은 경북 영주안동에서 할머니할아버지와 함께한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그리웠던 맛을 찾아 광주와 여수로 향한 조진웅, 강원도에서 잔잔한 힐링의 시간을 보낸 문소리까지, 출연자에 따라 다른 색으로 채워지는 각각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이 다른 분위기에 따라 각각의 부제도 정해진다.



‘잠적’은 시네마틱 로드무비라는 장르에 걸맞게 매회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유려하게 펼쳐낸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때로는 영화처럼 감각적으로 담아낸 자연과 이를 오롯하게 즐기는 출연자의 모습은 시청자에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여기에 잠적 당시의 느낌, 잠적 이후의 감상 등을 출연자의 목소리로 더해 깊은 울림을 선물한다. 이는 시각적 아름다움에 청각적 소상함까지 충족시키며 마치 시청자가 영상 속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마저 안긴다.

사진제공=디스커버리 채널사진제공=디스커버리 채널
봄의 끝자락에 다시 찾아온 ‘잠적’의 여섯 번째 주인공은 올해 서른,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가수 겸 배우 도경수. 그는 이 봄을 맞이하러 경남 남해로 잠적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됐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혼자 떠난 여행에서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 공들여 나를 살펴보고 많이 묻고 작은 답들을 찾아낸다면 그걸로 족한 여정일 것”이라 말할 정도로 그의 잠적 이유는 자신을 향한 궁금증을 풀기 위함이었다. 피어나는 봄을 시작점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흐르는 시냇물을 보며 그는 “묵묵히 걸었던 나를 칭찬하고, (지난 시간이) 충분히 행복이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며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짚기도 했다. 가수, 배우가 아닌 갓 서른을 맞이한 청년 도경수의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매일 똑같이 흐르는 시간 속 사회인으로 치열하게 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방전의 순간이 찾아온다. 전자 기기가 아니기에 충전 방식은 각기 다르겠지만, 가끔 세상과 단절된 오롯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끼는 건 누구나 같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얼마나 큰 위로와 응원이 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가슴 어딘가엔 ‘잠적’의 꿈이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

잠적으로 마주하는 힐링은 바쁨으로 찌든 일상 속에서, 복작거리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 나를 오롯하게 만나는 그 의미에 있다. 당장 잠적을 감행할 수 없다면 ‘잠적’으로 대리 힐링을 경험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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