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쁘고 맛있는 꿀은 처음" 20~30대가 놀랐다

머니투데이 정혁수 기자 2022.05.19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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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은 비타민, 미네랄,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할 뿐만아니라 피로회복, 피부개선 효과가 탁월한 천연 영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설탕, 시럽(syrup)대신 꿀을 찾는 이들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불편해 하는 부분도 있다. 끈적한 정도를 나타내는 점도가 커 편하게 꿀을 먹기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이 그렇듯 소비자들이 느끼는 작은 불편을 해소하고 아이디어를 보태면 꿀 소비는 더 늘어날 수 있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꿀에 함유된 설탕 농도가 높을수록 영양 함유량은 커지지만 동시에 점도(유체흐름에 대한 저항성) 역시 상승해 꿀을 먹기에 불편했다. 반대로 꿀의 농도가 낮으면 먹기에는 쉽지만 함유된 영양함유량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로컬웍스 정은정(39) 대표가 만들어 내는 '꿀'은 달랐다. 기존 꿀과 달리 끈적거리지도 않고 얼음물에도 잘 녹는 '색다른 꿀'이다. 꿀을 담은 용기는 투명하고 색색의 라벨이 붙었다. 빈 용기를 버릴 때 라벨을 쉽게 떼어내도록 한 건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책임이라고 했다. 도자기에 담긴 꿀 대신 세련된 디자인으로 포장된 꿀을 선보였다. 그의 '발칙한 상상'이 20~30대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께서 오래전부터 경남 산청에서 양봉업을 하셨어요. 그래서 꿀과 벌이 낯설지 않아요. 여러 사업을 해보다 꿀의 가치를 제대로 알려야 겠다는 생각에 꿀 관련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2018년 로컬웍스 법인 등록을 했고, 제 또래인 20~30대를 타깃으로 일벌을 뜻하는 '워커비(workerbee)'라는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가 사용하는 꿀은 대부분이 경남 산청 지리산 일대에서 채집한 꿀이다. 부족한 양은 양봉농협 등에서 조달한다. 정 대표는 이 꿀에 천연 재료를 더해 '블렌딩허니'를 만든다. 지금까지 내놓은 꿀만 레몬, 유자, 초코, 생강, 바닐라, 시나몬, 모히또, 라벤더, 얼그레이 등 13종에 달한다.



블렌딩허니를 만들 때 그는 꿀을 먹을 때 불편했던 점을 떠올렸다. 끈적거리는 꿀이 손에 묻거나 흐르지 않도록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다. 소스나 잼, 케첩, 머스터드 처럼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주 쓸 수 있도록 사이즈는 줄이고 디자인은 마치 장식용처럼 예쁘게 만들었다. 블렌딩허니를 음료나 디저트로 즐길 수 있도록 하기위해 전문가들의 도움도 구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신청, 꿀이 차가운 물에서도 잘 녹도록 하는 냉수 용해속도를 개선할 수 있었다.
정은정 ㈜로컬웍스 대표이사 /사진=정혁수정은정 ㈜로컬웍스 대표이사 /사진=정혁수
"커피에 바닐라꿀 넣으면 바닐라향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진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초코꿀은 우유와 잘 어울립니다. 초코우유나 핫초코 대신 초코꿀을 넣은 우유를 추천합니다. 카카오에 국내산 꿀을 배합해 건강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우유에 얼그레이꿀도 추천해요. 밀크티의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정 대표가 만든 '우리쌀 꿀떡 만들기' 키트는 지난 해 대박을 쳤다. 집에서 간단하게 꿀떡을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부모와 아이가 집에서 함께 만들며 놀 수 있다보니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핫한 '집콕 아이템'이 됐다. 키트를 담아주는 박스를 종이 대신 틴케이스(금속으로 만든 통이나 상자)로 사용한 것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꿀이 아이,어른은 물론 청춘남녀의 데이트 아이템으로 확장됐다.

로컬웍스는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있다. 꿀을 담은 플라스틱 병(bottle)은 100% 재활용할 수 있는 단일 소재 페트병이다. 라벨도 병에서 쉽게 떨어지는 리무버블(removable) 라벨을 부착한다. 포장용 하얀색 종이 박스는 인쇄를 최소화 한 무코팅 용지로 만들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최소화하되 포장 용기 등은 재활용 하기 쉬운 걸로 사용한다.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정은정 ㈜로컬웍스 대표이사 /사진=정혁수정은정 ㈜로컬웍스 대표이사 /사진=정혁수
정 대표에게 로컬웍스는 3번째 창업이다. 대학생 신분으로 친언니와 함께 온라인쇼핑몰을 만든게 첫번째 사업이고, 그렇게 번 돈으로 이벤트 컨설팅 전문회사를 차려 10년간 일하다보니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그리고 휴식을 위해 어린 아들과 떠난 1년간의 세계일주에서 블렌딩허니를 소재로 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정 대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품도 로얄젤리나 프로폴리스, 천연 밀랍 등 양봉산물 전반으로 외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생산공장 외에 쇼룸과 기업부설연구소 등도 마련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양봉제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만약 식품제조업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포기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아무리 좋은 사업 계획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구체화될 수 없잖아요. 지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빨리(hurry), 집요하게, 실행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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