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발전 강국 공통점…"주민들 직접 참여가 답이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최민경 기자 2022.05.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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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韓 신재생에너지, 주민 반대 이렇게 넘어라 (下)

편집자주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불가피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1차 관문은 산림훼손, 소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다. 국내 첫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주민들의 호응을 끌어낸 태백 가덕산풍력발전 사례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수용성 강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태양광·풍력 걸음마 뗀 한국...신재생 강국은 달랐다
태양광·풍력 발전 강국 공통점…"주민들 직접 참여가 답이다"


글로벌 전력생산의 10% 이상을 태양광·풍력이 책임지는 시대다. 한국의 발전비중은 4.7%다. 페루(4.8%)보다 낮고 튀지니(3.8%)보다 근소하게 높은 수준이다. 사실상 태양광·풍력 후진국이다. '신재생 강국'들은 시스템 부터가 앞서 있다. 주민 투자를 유도해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는 수익을 기업·주민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17일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펴낸 '국제 전력 리뷰 2022'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02개국 발전량의 태양광 비중은 3.7%, 풍력 비중은 6.6%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덴마크(51.8%)는 생산전력 절반 이상을 태양광·풍력에 의지하고 있으며, 우루과이(46.7%)·룩셈부르크(43%) 등과 함께 40%를 넘긴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28.8%)·영국(25.2%) 등도 주요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뒤늦게 탈 탄소 대열에 합류한 미국의 태양광·풍력 비중은 13.1%다. 중국(11.2%)·베트남(10.7%)·일본(10.2%) 등이 아시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태양광·풍력 전환률을 보이거나, 전환 속도가 빠른 국가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전력 사용자인 주민들과 상생방안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덴마크는 1차 오일쇼크가 발발했던 1973년부터 중장기 에너지계획을 수립·이행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태양광·풍력 발전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모델이 에너지 전환의 토대가 됐다. 덴마크 정부는 개인이 풍력발전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준다. 또, 풍력사업자가 시설 4.5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최소 20% 이상의 주식을 경매하도록 의무화하고, 1인당 5계좌까지 소득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수도 코펜하겐과 3.5km 떨어진 미들그루덴(Middelgrunden) 풍력단지의 경우 지역주민 8560명이 지분 75%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시민들이 공동투자 형태로 발전소를 소유하는 활동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됐다. 최초에는 법인의 지분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이었으나, 2006년 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투자가 협동조합 중심으로 개편됐다. 주요 협동조합들이 유행처럼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독일은 태양광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현재 독일 내 친환경에너지원에 투자한 조합만 1200개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회적 금융'도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사회적 은행이란 인간·사회·자연 등을 이롭게 하자는 취지로 운영되는 은행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GSL방크(Bank)다. GSL방크는 2017년부터 신재생에너지 크라우드펀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입자에게 매년 4% 이상의 이자를 10년간 보장해 인기가 좋다. 이렇게 모인 금액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태양광·풍력 사업자에게 대출된다. 에너지 대전환의 종잣돈이 된 셈이다.

영국은 섬 지형 특성상 바람이 많아 풍력터빈 설치에 적합한 지형을 보유했지만, 정부의 주도 아래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의 프로젝트를 통해 해상풍력 세계 1위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정부가 해상풍력 관련 정책·재정 지원을 넓혀 사업자들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었고, 정부·기업이 움직이자 시민들도 개인·펀드·조합 단위로 투자해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했다. 현재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용량 249MW 상당수가 시민소유로 전해진다.


시작은 한발 늦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에너지 전환을 선보이는 미국의 무기는 '커뮤니티 솔라(Community Solar)'다. 커뮤니티 솔라는 지역 구성원이 태양광 사업에 자발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통해 전기료를 감면받는 프로그램이다. 투자비 부담으로 태양광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층까지 에너지 전환에 동참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미국 내 40개 주(州)가 커뮤니티 솔라를 도입했으며, 태양광 수요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주민 참여' 높이려면…"제도 이렇게 바꿔라"

태양광·풍력 발전 강국 공통점…"주민들 직접 참여가 답이다"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선 주민 참여형 개발을 확대하기 위해선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책을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주민 참여형 개발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발전량 1000kWh(킬로와트시)당 1REC를 받아 이를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아야 하는 기업이나 일정량을 의무 구매해야 하는 발전소에 판매한다.

재생에너지 사업 중 주민투자액이 자기자본의 10% 또는 총사업비의 2% 이상 4% 미만이면 REC 가중치가 0.1, 자기자본의 20% 또는 총 사업비의 4% 이상이 REC 가중치 0.2가 추가된다. 기본 REC 가중치 1.0에서 REC 가중치 0.1이 추가된다는 건 REC가 10% 더 발급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주민 참여 비중이 4%를 넘어갈 땐 비중이 얼마든 REC 가중치가 0.2로 똑같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업자는 주민 참여 비중을 4%에서 크게 넘기려고 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참여가 많을수록 REC 가중치를 높이고 인센티브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사업 규모가 클 경우 발전소 반경 1km 이내 주민만으로는 주민 참여 사업비를 모집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업계에선 사업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에 차등을 두더라도 주민 참여 기준을 시·도 단위로 넓히는 등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할 경우 90%까지 융자를 지원해주고 있는데 실제 현장에선 금융기관과 연계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것도 문제다. 주민 참여형 풍력단지를 운영하는 SPC(특수목적법인)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자금을 조달해줘야 투자가 가능한데 노령인구가 많은 지방이다 보니 신용 기준이 미달돼 대출해주려는 금융기관이 없어서 애로가 컸다"며 "정부가 금융기관과 연계된 창구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주민 참여형 사업 모델이 자리 잡으려면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 개념과 혼동돼선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주민 참여형 사업은 주민들이 자기 돈으로 직접 투자하지 않고 사업자의 대출에만 의존해 배당금만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주민들은 이익공유에 따른 배당금을 투자에 따른 이익이 아니라 발전소와 송·변전소 시설이 들어오는 걸 감수해서 받는 보상이라고 보기 쉽다. 발전소와 얽힌 이해관계가 없어 재생에너지 발전을 여전히 혐오시설로 볼 수 있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주민 참여형 사업에서 주민들이 직접 개인자금을 투자하지 않고 주민채권을 사업자가 무담보 대출로 마련해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주민 참여 사업은 피해 보상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혜택과 가치를 공유하는 취지인데 이런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투자의 자기책임성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의미가 퇴색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주민들이 입는 피해엔 보상이 필요하지만, 피해가 없을 때 현금 보상 형태로 개인 지급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익공유와 보상을 구분하고 이익공유의 취지와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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