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습도 맞추고 해충 내쫓고 '애지중지'…꿀벌의 숨은 가치 '6조'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2.05.1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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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팩토리]해외 스타트업들, 양봉산업에 AI·딥러닝·비전기술 도입…민간·정부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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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와이즈의 스마트 벌집 시스템 /영상=비와이즈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와이즈의 스마트 벌집 시스템 /영상=비와이즈
온도·습도 맞추고 해충 내쫓고 '애지중지'…꿀벌의 숨은 가치 '6조'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와이즈는 글로벌 '꿀벌지킴이'로 통한다. 꿀벌을 관리·보호하는 스마트 벌집 '비홈(BeeHome)'을 개발하면서다. 스마트 벌집은 벌에게 최적화한 온도·습도를 제공하고 해충 유입, 단체무리 이탈(스워밍) 등을 막아 꿀벌의 개체 수를 유지시킨다. 비와이즈는 기술의 가치와 성장성을 인정받으면서 지난달 8000만달러(98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5월 20일, 유엔(UN)이 지정한 '꿀벌의 날'을 앞두고 전세계적으로 집단실종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꿀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꿀벌 생태계와 양봉산업을 지키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딥러닝 등 첨단기술까지 동원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비와이즈다. 비와이즈는 온·습도 변화에 취약한 꿀벌들을 위해 AI와 IoT 기술로 벌집의 환경을 실시간 조절한다. 벌집에 침입하는 해충을 감시하기 위해 딥러닝 기술도 적용시켰다. 사르 사프라 비와이즈 대표는 "24시간 벌집 감시 기술로 꿀벌 감소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스타트업 비히어로도 AI 이미지 판독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벌집 내 데이터와 꿀벌의 움직임과 건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 통해 꿀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수분(受粉·꽃가루받이) 공급량을 늘려 주변 농작물의 생산성까지 높인다는 설명이다. 비히어로는 지난해 기준 미국 내 4위까지 수분 점유율을 높이면서 1500만달러(19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스타트업 에이피스프로텍트와 이탈리아 스타트업 쓰리비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벌집의 온·습도, 소음, 꿀벌 움직임 등을 모니터링하고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두 기업은 이달까지 누적 기준 180만유로(23억원), 120만달러(15억원)를 각각 투자받았다.

미국 스타트업 비히어로의 스마트하이브 시스템미국 스타트업 비히어로의 스마트하이브 시스템
한국서도 태동하는 양봉 스타트업…"정부, 적극적 육성 필요"
국내에도 양봉산업 스마트화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하이브' 솔루션을 개발하는 대성이다. 자동탈봉기로 시작한 대성은 최근 스마트하이브 온·습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벌집 환경을 자동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올 하반기까지 테스트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양봉산업 육성을 위해 역할을 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2013년 설립된 어반비즈서울은 서울, 인천, 경기 등에 30여곳의 도시 양봉장과 꿀벌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양봉장을 공유·위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이오포스는 양봉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벌꿀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는 관련 기업 수가 많지 않은데다 투자도 적어 범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의 관련 스타트업들이 수백억원의 벤처투자와 정부 지원금을 받는 반면 국내 스타트업들은 아직까지 시드단계 투자를 받는데 그쳤다.

"'양봉산업≠단순 벌꿀 판매'…생태계 복원 차원서 접근해야"
국내에도 양봉 관련 스타트업들이 있다. 스마트 양봉 시스템을 개발한 대성(왼쪽)과 양봉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반비즈서울(오른쪽)국내에도 양봉 관련 스타트업들이 있다. 스마트 양봉 시스템을 개발한 대성(왼쪽)과 양봉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반비즈서울(오른쪽)
업계는 국내 양봉산업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꿀벌의 수분 역할 등으로 인한 경제가치는 6조원에 달한다. 전체 수목 생태계에서 수분의 70% 정도를 꿀벌들이 담당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양봉산업을 단순 벌꿀 판매 시장(5000억원 규모)으로만 보고 있어 민간의 관심이 적은 것은 물론 농진청이나 산림청 등 주무부처의 지원 규모도 다른 농축수산업보다 작다.

대성 관계자는 "꿀벌은 수분 역할도 하면서 주변 농작물과 식물 생장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자연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양봉 산업을 '꿀 따는 일' 정도로만 생각해 민간과 정부 모두 외면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대성도 국내보다는 유럽, 일본 등 해외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도 2020년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5년 단위의 양봉산업 육성 계획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박진 어반비즈서울 이사는 "벌 한 마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며 "정부가 양봉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도적인 지원은 물론 연구·개발, 투자 등 산업과 관련한 자금지원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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