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파산하면 내 코인 다 날린다?…"안전장치가 없다"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2.05.18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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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장에 투자자 '패닉'…
다른 거래소들도 마찬가지, 안전장치 없어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암호화폐 사용자들의 시련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산 암호화폐 테라·루나의 폭락과 상장폐지로 시장 분위기가 냉각된데다 암호화폐거래소가 파산할 경우 보유 코인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출발은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였다. 이 회사는 지난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분기보고서 신규 리스크 디스클로져에서 파산절차 진행시 고객들이 무담보 채권자(unsecured creditor)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대다수 선순위 채권자(senior creditor)가 자금을 회수하고 남은 금액이 있어야 고객들이 자금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남은 금액이 없으면 계좌에 있는 코인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패닉에 빠진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회사는 파산 위험이 없으며 분기보고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규정에 대한 답변 성격"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AFP=뉴스1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AFP=뉴스1
가능성은 낮지만 회사가 파산할 경우 법원이 고객 자산을 회사 자산의 일부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 코인베이스 측 입장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황당한 보고서 내용과 지난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하면서 지난 10일 코인베이스 주가는 26% 급락했다.

증권사가 고객 자산을 분리해서 관리하도록 요구받는 것과 달리 암호화폐거래소의 경우 거래소 자산과 고객 계좌 자산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 증권사들은 고객자산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파산해도 고객 자산은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다. 또 미국 증권사들은 사기·절도로 인해 주식을 분실하는 경우에 대비해 계좌당 50만 달러 상당의 손해보상보험에도 가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EC에서 근무했던 타일러 겔라시 헬시 마켓 협회장은 "거래소가 고객자산을 거래소 파산으로부터 안전한 방식으로 보관중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한, 사용자들은 그들의 브로커나 거래소가 자신의 자산을 거래소 파산으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 역시 16일(현지시간) 코인베이스 뿐 아니라 대다수 암호화폐거래소가 파산할 경우 고객들이 보유 코인을 잃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암호화폐거래소가 고객들이 코인베이스 고객과 똑 같은 리스크에 직면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대답을 회피했다고 배런스는 밝혔다. FTX US와 제미니(Gemini)는 논평을 거부했으며 바이낸스와 크라켄(Kraken)은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코인을 거래소 파산에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할 경우, 하드월렛에 보관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드월렛은 오프라인에서 암호화폐를 보관할 수 있는 전자지갑이다.

댄 오레이 코넬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고객들이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의 파산에 어떻게,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쉽게 평가할 수 방법은 없다"며 "고객은 플랫폼이 파산할 경우 자산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대부분 자산을 날릴 수도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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