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루나 폭락 대참사, 곤혹스런 업비트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2.05.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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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비트가 (루나 코인) 입출고 제한을 안해서 많은 물량이 업비트로 갔다. 현재 (루나 코인) 보유자 수도 가장 많다."



'루나 폭락 사태' 관련 현황 점검을 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푸념이다. 국내 루나 보유자가 급증한 이유로 특정 코인 거래소를 지목한 것.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거래소들은 루나-테라(UST) 폭락 사흘째였던 지난 11일 일제히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코인 입출금을 막거나 거래 일시정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반면 업비트는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루나 코인 유입의 문을 열어놨다. 덕분에(?) 하루 거래량 2만개 안팎이던 업비트에서 루나 코인 거래량을 급증했다. 거래량을 보면 9일 15만개, 10일 384만개, 11일 3000만개, 12일 130억개 등이다.



업비트가 이 기간 수수료로 번 돈은 수십억원에 달한다. 11만원짜리 코인이 1000원(국내 거래소 기준)으로 폭락하며 휴지조각이 됐지만 거래량이 폭발하며 거래대금은 급증했다. 이 기간 거래대금만 9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바이낸스 거래소가 루나 코인의 '상장폐지'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루나 코인 시세가 '1원'으로 곤두박질쳤던 13일에도 업비트 내 거래대금은 2000억원 규모로 잠정 집계됐다. 수수료율이 더 높은 BTC마켓이었던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해도 하루에만 20억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거둔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상자산업계에선 "업비트가 루나 사태를 즐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시세와 국내 거래소간 가격 차이를 의미하는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이 600~1000%까지 치솟았을 때 다른 거래소들은 투자자 피해를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 코인 입금을 막았지만 업비트는 그 상황을 영업에 활용했다는 뒷말까지 나온다.

코인 관련 투자자 보호 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코인 거래소마저 자신들의 고객을 외면해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 시장이 망가지고 투자자가 떠나면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투자자 보호가 진정한 영업 행위란 얘기다.


김하늬 기자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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