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코로나 테마투자 광풍의 그늘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2.05.1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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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성과가 결국 승자 독식으로 끝나가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 12개, 치료제 19개 품목에 대해 임상승인이 이뤄졌다.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완료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다.

먼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포기한 곳은 HK이노엔, 제넥신 등 5곳이다. 나머지 기업들 중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정도만 개발을 완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반기 중 허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치료제 개발 중단도 줄을 잇고 있다. GC녹십자, 부광약품, 일양약품 등 굵직한 제약회사들은 이미 개발 중단은 선언했다.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다른 기업들도 국내 임상으로 한정하거나 임상 규모를 줄이는 등 개발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치료제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올린 곳은 셀트리온 정도다. 셀트리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치료제 개발에 성공했지만 미국산 경구용 치료제에 밀려 경제적으론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흡입형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희망이 남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임상이 중단될 것이고, 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짧은 순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시장은 누가 먼저 효과적인 제품을 내놓느냐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백신은 더 그랬다. 원래 백신개발은 몇 년은 필요하다. 새로운 백신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부작용을 점검하고, 생산 유통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미지의 물질을 사람의 팔에 주사하기위해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위협적이었던 코로나19의 확산은 이 모든 절차를 단축시켰다. 미국과 영국 등 초강대국은 천문학적인 자원을 투입해 새로운 기전의 백신을 만들어냈다. 이들 나라의 규제기관들이 자국 기업에 대해 관대한 기준을 적용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과실은 모두 이들 강대국의 몫이 됐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의 백신은 그렇게 우리 국민에게 접종됐다. 먹기 편리한 치료제도 미국 제약사의 전유물이 됐다. 화이자, 미국MSD는 치료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가 나온다 한들 화이자 등이 장악한 시장에 얼마나 침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문제는 일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었단 점이다. 중소 제약사 한곳은 먹는 코로나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한때 21만원을 넘었지만 지금은 2만원대로 빠졌다. 이 회사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했다는 소식은 주가 급등을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됐다. 아직도 이 제약사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진 않았지만 주가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오른 기업의 주가가 제대로 유지될 리 없다.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테마주로 묶였던 몇몇 기업의 주가급락은 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는 현실보단 꿈과 미래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그 꿈이 현실화될 가능이 지극이 낮다면 그 꿈에 대한 투자는 투자라기보단 투기에 가까워진다. 코로나19 테마주 투자로 누군가는 큰 이익을 얻었을 수 있다. 그 이익은 다른 누군가의 손실이다.

그렇다고 우리 기업들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대응력을 높여줄 것이다. 아무 시도도 하지 않았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성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테마주 투자로 이용되면서 득보단 실이 많아 보인다. 바이오기업 투자가 '투기'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할 지 가늠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광화문]코로나 테마투자 광풍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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