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부산에 관람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지난 14일 찾은 '아트부산'에 마련된 가나아트 부스에 걸린 노은님 작가의 작품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중년의 여성이 묻자 응대하던 갤러리스트가 "왼쪽 작품이 7200만원, 오른쪽은 3600만원"라고 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여성은 이내 부스 가운데 놓인 갤러리 관계자 명함을 집어들고 찬찬히 다른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장바구니에 '찜'했단 의미다.
이틀 전인 12일 열린 VIP 프리뷰에서 화제작들이 일찌감치 '완판'된 상황에서도 남아있는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한 미술 애호가들의 옥석 가리기 열기가 뜨거웠다.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인 방문객들은 이날 100여개가 넘는 부스 곳곳을 누비며 작가의 이력이나 작품가를 확인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40대 이모씨는 "눈 여겨 봤던 작품이 이미 팔려 아쉽다"면서도 "재미난 작품이 있다면 꼭 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11회 아트부산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VIP 사전관람 행사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페어 개막 직전 대표 해임 사태 등으로 내홍을 빚으며 미술계 안팎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성적표는 말 그대로 '초대박'이었다. 아트부산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서 총 760억원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지난해 매출액(약 35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것은 물론 당초 기대했던 예상치(최대 600억원)를 가뿐히 뛰어 넘었다.
올해 아트부산은 국내 주요 갤러리를 비롯, 21개국 133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이 중 다수의 갤러리들이 VIP 관람 오픈과 동시에 출품작들이 '솔드아웃'되는 등 쾌조의 출발을 했다. 이번 행사에 첫 참가한 갤러리 구조는 이세현 작가의 페인팅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에 팔았고, 캐스퍼 강의 신작 10점도 모두 완판했다.
Hockney, Pictures at an Exhibition, 2018 lg. /사진제공=아트부산
이번 아트부산은 수요·공급 측면에서 MZ세대가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행사 현장엔 20대 학생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30대 부부까지 방문객 상당수가 MZ세대 청년층으로 구성됐다.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 등의 재테크 투자 단계를 거쳐 이른바 '아트 테크'에 발을 들인 차세대 미술애호가들이다. 박원재 갤러리 원앤제이 대표는 "젊은세대가 진입하며 미술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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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주목했다. 갤러리애프터눈은 '차세대 박수근'으로 불리는 84년생 김희수 작가의 작품으로만 부스를 꾸렸는데, 준비한 121점의 작품이 12일 프리뷰가 오픈과 함께 모두 완판됐다. 88년생 이희준 작가가 그린 300만~4000만원에 이르는 회화 작품 7점은 오픈 5분 만에 동이 났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신진작가 이희준 등 다양한 작품에 대한 여러 연령대 컬렉터들의 폭 넓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제11회 아트부산 개막을 하루 앞둔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VIP 사전관람 행사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전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