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의 그림자, 횡령·담합·안전사고에 발목잡힌 상장사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2.05.18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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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장사 ESG 리스크 대해부

편집자주 깨진 독에 물을 계속 퍼넣어도 금세 새나가기 마련이다.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잘했던 성과들이 그만큼 퇴색된다. 머니투데이는 빅데이터·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들과 섹터별 주요 기업의 ESG 성과점수 순위 및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ESG 통합점수 순위를 공개한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는 산업별·회사별로 다양할 수밖에 없음에도 일련의 추세는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사업장에서의 사망·중상 사고나 입찰 담합, 개인정보 유출 등과 같은 S(사회) 관련 이슈가 불거지는 기업이 늘어나며 ESG 점수 및 순위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16일 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 전문기관 지속가능발전소가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의 ESG 통합점수 및 순위를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4월30일 기준 점수를 기준으로 한 순위가 3월말 시점의 순위에 비해 50계단 이상 하락한 종목의 수는 17개사에 이른다. 한 달 전인 3월말 순위가 2월말에 비해 50계단 이상 떨어진 종목의 수(8개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순위 하락폭이 가장 큰 종목은 KB금융 (63,700원 ▼300 -0.47%)으로 3월말 73위에서 4월말 163위로 90계단이나 떨어졌다. 이어 △CJ CGV (5,790원 ▲70 +1.22%)(74위→147위) △한국앤컴퍼니 (14,910원 ▼860 -5.45%)(81위→154위) △금호석유 (117,100원 ▼1,100 -0.93%)(200위→270위) △롯데렌탈 (26,600원 ▼350 -1.30%)(220위→288위)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144위→210위) △DB손해보험 (87,500원 ▼1,300 -1.46%)(190위→254위) △매일유업 (39,500원 ▲200 +0.51%)(191위→255위) △대우건설 (3,635원 ▼10 -0.27%)(186위→249위) △현대로템 (41,150원 0.00%)(145위→208위) 등이 점수 하락폭이 큰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KB금융, 계열사에서의 횡령·정보유출·담합 이슈 등 영향
지속가능발전소는 기업들이 실제 공시한 ESG 내역을 평가한 PA(Performance Analysis, 이하 성과점수)와 최근 1년간 회사와 관련한 ESG 뉴스보도를 통해 분석한 IA(Incident Analysis, 이하 리스크 점수)를 계산해 통합점수를 산출한다. 지속가능발전소는 리스크 점수에 대해 5점 만점을 기준으로 △4~5점대는 '심각' △3~3.9점대는 '매우 높음' △2~2.9점대는 '높음' △1~1.9점대는 '보통' △1점 미만은 '낮음'으로 분류한다.



집계 기간 동안 악재가 사라진다면 리스크점수가 낮아져 순위가 상승한다. 반면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면 리스크점수 상승으로 순위가 떨어진다. 대부분의 ESG 평가사들은 1년에 한두번 평가에 그치지만 머니투데이와 지속가능발전소는 월별 집계를 통해 기업들의 ESG 개선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 4월말까지 눈에 띄는 흐름은 S(사회) 이슈의 파괴력이 부각된 점이었다. 1월의 오스템임플란트(358위→458위) 2월의 현대엘리베이터(종목명 현대엘리베이, 342위→444위) 3월의 세방전지(94위→176위) 등에서는 대규모 횡령이나 작업장 사망사고, 협력업체 기술탈취 우려 부각 등이 불거졌다.

4월에도 순위 하락폭이 가장 컸던 KB금융은 △지난해 12월 KB저축은행 직원의 횡령사고 △KB국민카드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사고 △KB손해보험의 입찰담합 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지며 리스크 점수가 종전 3.9점(매우 높음)에서 4.2점(심각)으로 뛰어올랐다. 그만큼 성과점수 하락폭이 커지며 순위도 떨어진 것이다.


KB손해보험 외에도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이 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담합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돼 당국으로부터 제재처분을 받은 것이다. DB손보와 한화손보 역시 리스크 점수가 한 단계씩 상향되며 각각 64계단, 59계단씩 떨어졌다. 대우건설도 과거 부산지하철공사 입찰 담합 과정에서 들러리로 참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했다는 사실이 재차 부각돼 순위가 63계단 하락했다.

◇사업장 안전사고 여전, 소비자 불만도 부각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민주한국공항지부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 및 부족 인력 충원 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5.12/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민주한국공항지부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 및 부족 인력 충원 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5.12/뉴스1
사업장 안전사고로 인한 점수 하락도 4월에 두드러진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자회사 한국공항의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사망한 사고로 인해 리스크 점수가 높아졌다. 매일유업도 평택 공장 근로자 사망사고가 있었다. 대우건설은 앞서 언급된 입찰담합 건 외에도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또 있었다. 현대로템에서도 산소설비 시운전 과정에서의 폭발사고로 근로자 중상 사고가 있었다. 대한항공, 매일유업, 대우건설, 현대로템 등도 이같은 사실이 주목을 받으며 ESG 통합 순위도 50~60계단 이상 하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S 이슈 중에서는 불공정거래나 안전사고 외에도 소비자 불만과 관련한 사안들도 주목을 받았다. 대한항공에서는 호치민행 비행기가 엔진결함 문제로 회항한 사안이 불거졌고 롯데렌탈은 카셰어링 자회사의 앱에서의 고장이 발생해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사실이 불거진 바 있다. SK케미칼은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점 등이 점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부각된 곳도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신청 기각 소식이 불거지며 오너 일가 사이에서 진행되는 경영권 분쟁 이슈가 다시 부각됐다. 금호석유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진 데 이어 4월에도 주주대표소송 이슈가 불거진 점이 점수·순위 하락의 주 요인으로 꼽혔다.

◇만도·LG이노텍·삼성전기 등 상위권, DL이앤씨·솔브레인 등 하위권
이외에 상위권과 하위권 종목들의 순위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만도가 4월말 기준으로도 2개월 연속으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2,3위 종목들도 제자리를 지켰다. LX하우시스(18위→4위) 롯데제과(25위→6위) 포스코인터내셔널(30위→10위) 등이 순위가 오른 외에는 상위권 종목들의 순위가 큰 변화 없이 이어졌다.

최하위권 종목들도 순위에 큰 변동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DL이앤씨, 솔브레인, 삼부토건,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HLB, 에스엠, SBW생명과학(옛 나노스), 메디톡스 등이 하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진흥기업, 이월드는 4월 집계에서 새로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려 각각 494위, 497위로 평가를 받았다.
S의 그림자, 횡령·담합·안전사고에 발목잡힌 상장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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