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꽉 막힌 IPO…바이오 성장 생태계 구멍났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2.05.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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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렇게 계속 가면 바이오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와 시장 참여자 모두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모시장에서 바이오를 이렇게 오랜 기간 철저하게 찬밥 신세 취급한 적은 없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 가까이 바이오는 공모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IPO 수요예측 경쟁률 1000대 1 이상이 속출하던 시기 프롬바이오, 지니너스, 툴젠은 나란히 두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그나마 시장에서 박한 평가를 받더라도 증시 입성이 가능했던 때는 나았다. 올해는 아예 IPO 통로가 막힌 분위기다. 시장의 관심을 받은 대어급 바이오도 줄줄이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외 바이오 벤처의 상장 도전 열기는 얼어붙었다. 올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바이오는 1월 샤페론, 3월 미국 기업 아벨리노, 4월 지아이이노베이션 정도다. 현장에선 "올해 바이오 IPO는 물건너갔다" "상장 못할 줄 알면서 심사를 청구하는 기업도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공모시장의 바이오 저평가는 업계에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앞서 일부 기업의 비상식적 경영 행태가 드러나며 스스로 신뢰를 떨어트렸다.

바이오처럼 현재 실적이 없어도 상장 길목을 열어준 기술특례 제도가 도입(2005년)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신약 개발에 성공한 회사는 찾기 힘들다.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 벤처를 보는 시각에 의구심이 쌓일 수밖에 없다.

또 우리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1년 이상 조정받고 있는 가운데 장외 바이오 벤처의 몸값이 높아져 미스매치(부조화)가 발생했다. 2020~2021년 바이오 주가가 고공행진 할 때 비상장 바이오에 돈이 몰렸다. 당시 바이오는 "부르는 게 값"이라 할 정도로 잘나갔다. 그때 장외에서 높아질대로 높아진 기업가치를 투자열기가 차갑게 식은 지금 공모시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눈높이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바이오 IPO는 어렵다.


IPO가 막히면서 대표적 성장 산업인 바이오의 성장 생태계에 구멍이 났다. 바이오는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 등 많은 자금이 필요한 산업이다. IPO는 바이오 벤처가 연구 자금을 모집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다. 연구를 진척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IPO가 필수적이다.

바이오가 성장 과정에서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임상을 진행할 수 없다. 한 번 미뤄진 연구는 임상 및 규제 기관 스케쥴에 따라 6개월~1년씩 늦어질 수 있다. 심할 경우 모든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바이오 벤처의 구멍난 성장 생태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하루 빨리 신약 개발 연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 바이오 투자 전문가는 "지금 국내 여러 바이오 벤처가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데 IPO를 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며 "IPO가 막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연구개발이 늦어지고 먼저 비상장일 때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은 돈을 회수하지 못해 투자가 움츠러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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