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④당뇨 극복 '3가지 먹는 원칙'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2022.05.1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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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샤이니 키가 다이어트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제시한 밥 반공기 식사. /사진=유튜브 캡처샤이니 키가 다이어트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제시한 밥 반공기 식사. /사진=유튜브 캡처


금연 후 몸무게는 8kg 늘었다. 64kg에서 72kg이다. 키 179cm에 비하면 적중 체중인데, 살은 대부분 허리에 모여 있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내장지방이라는 거군" 혼잣말로 읊다가 살 여기저기 만져보니, 옆구리살은 삐죽삐죽 튀어나왔고 뱃살은 올챙이배 모양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왜 살은 얼굴과 어깨, 팔, 허벅지, 다리 쪽으로 붙지 않고 배로만 몰리는 걸까. 거울 속에 비친 내 뱃살은 이런 한탄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멋대로 늘어지며 출렁거렸다. 허리사이즈 31인치의 바지는 혁대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다. "살이 다른 곳으로 갔다면 그건 당뇨의 신호가 아니었겠지" 같은 나름의 자책성 멘트로 슬슬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뱃살은 '위험한 신호'였다.



사랑이 허리상학적 관념과 허리하학적 욕망의 끊임없는 투쟁인 것처럼, 당뇨도 뱃살과 허벅지의 총성 없는 전쟁이다. 당뇨는 허벅지가 튼튼하고 (허벅지) 근육이 많은 이들에겐 공격하기 힘들다. 동계올림픽 때마다 만나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굵은 허벅지가 부러운 것은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당뇨를 제어하는 것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쉽게 비유하면 택배 기사로,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포도당으로 바뀌면 그걸 몸속 곳곳에 운반해주는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가장 바빠질 때가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중 탄수화물이 들어올 때다.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가장 빨리 바뀌기 때문에, 이 넘치는 에너지를 인슐린이 빨리 배달을 해야 하는데,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물건을 놓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인슐린은 두 가지 특징을 보인다. 하나는 물건을 놓칠 때(제때 배달을 못 할 때) 인슐린이 배달에 저항을 받기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다. 저항성이 높으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인슐린이 포도당을 다 배달하고 남은 물건을 저장고에 저장해야 하는데, 첫 번째 저장고가 간이고 나머지 저장고가 내장지방이다. 저장고가 부족할 때 내장지방은 쌓이는 셈이다.

'느리게 먹기'는 식사 양을 조절해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예방한다.  /사진=유튜브 캡처'느리게 먹기'는 식사 양을 조절해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예방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저항성'과 '저장고'는 당뇨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저장고를 얘기할 때 허벅지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쓰레기 매립장'이기 때문. 허벅지가 굵고 튼실하면 인슐린이 배달하고 남은 포도당을 간이나 내장지방 같은 저장고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 바로 허벅지에서 소각하면 그만이다. 허벅지가 허약하니 저장고로 직행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당뇨를 어떻게 관리할지 세심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생활병으로 인식되는 당뇨는 크게 식이습관과 운동요법 두 가지로 관리한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골고루 먹기, 규칙적으로 먹기 등 보편적 방식들이 많이 소개돼 있으나 선택과 집중 면에서 효율적 관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식이습관부터 좀 더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저항성과 저장고 관점에서 당뇨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저항성을 낮추고 저장고에 갈만한 양을 줄이려면 3대 영양소 중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거나 섭취하더라도 늦게 도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지켜야 할 제1 원칙이 밥 한 공기를 '반'만 먹는 것이다. 그것이 백미든, 현미든, 잡곡이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반을 더는 습관부터 지키려고 했다. 개인별 특성이 달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지 않겠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나의 당뇨병'에도 나름 먹히는 수법이어서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혈당을 재지 않고도 당뇨 끼가 자신에게 있는지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식사 후 졸음이 쏟아지는지 아닌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은 후와 반 공기만 먹은 후만 비교해도 이 결과는 즉시 나타난다.

탄수화물 양이 적으면 물건 배달할 양도 적기 때문에 인슐린이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양이 적어 허기를 금방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제2 원칙 '느리게' 먹는 조합이 필요하다. 한국인의 평균 식사 시간이 5분에서 10분이 채 되지 않는데, 최소 15분에서 20분까지 시간을 재서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기자 경험으로 밥 반 공기를 젓가락으로 조금씩 떠서 입 안에서 30회씩 씹어도 15분 정도 걸린다. 전에는 천천히 먹는 사람을 답답한 눈길로 쳐다보며 다시는 같이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나는 이제 눈총을 받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한 실험 결과 5분 미만 식사는 15분 이상 식사보다 비만 위험 3배, 당뇨 위험 2배, 고지혈증 위험이 1.8배 높았다.

음식 섭취 순서에 따른 혈당 변화. /사진=유튜브 캡처음식 섭취 순서에 따른 혈당 변화. /사진=유튜브 캡처
마지막 원칙은 먹는 '순서'다. 양을 반으로 줄이고 느리게 먹는 습관을 고친 뒤 완성해야 할 화룡점정은 무엇부터 먹을까다. 먹는 순서가 달라지면 혈당도 달라진다. 혈당은 높은 수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 수치가 급격히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동이 문제다. 음식을 먹고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인슐린이 힘을 많이 써서 내리고, 혈당이 낮아지면 초콜릿 등 당을 섭취해서 다시 올리는 '혈당 스파이크'(혈당의 급격한 변동)의 악순환이 반복돼서다. 요건은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먹는 순서를 채소-고기(단백질)-밥(탄수화물)처럼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는 습관을 지키면 혈당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쉽고 빨리 바뀌기 때문에(인슐린 활동량이 증가) 이를 막기 위해 채소가 위장에 먼저 내려가 보호막을 치는 것이다. 채소의 희생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각종 실험에서도 무작위 순서로 음식을 먹는 습관과 위 순서의 원칙을 지키는 습관을 비교했을 때 혈당 차이는 최대 60mg/dl 정도가 났고 당화혈색소 역시 낮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이런 방식을 3개월간 지켰을 때 나타난 변화는 놀라웠다. 처음엔 흰 쌀밥을 반밖에 못 먹는다는 생각에 슬펐고 느리게 먹고 순서까지 지켜야 하는 원칙 앞에선 "꼭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며 불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습관 개선이 중요한 목표인데다, 원칙의 적응이 보여주는 놀라운 변화로 힘들어 보이던 숙제는 어느덧 즐거운 놀이로 다가왔다. 내 몸은 점점 어떻게 바뀌었을까.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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