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수원구장에서 야구했던 꼬마가"... 유한준, 은퇴식서 끝내 눈물 (종합) [★수원]

스타뉴스 수원=심혜진 기자 2022.05.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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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이 14일 자신의 은퇴식서 은퇴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유한준이 14일 자신의 은퇴식서 은퇴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한준(41)이 은퇴식에서 결국 참았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유한준의 은퇴식이 거행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유한준은 경기 개시 약 2시간여를 앞두고 6개월만에 다시 KT 유니폼을 입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선 유한준은 "유니폼을 입고 은퇴식을 하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은퇴식을 할 시간이 다가올 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시간이 허락되서 감격스럽다"고 기뻐했다.



그는 "주위에서는 100% 울거라고 하시더라. 일주일 전에 (구단과) 사전 인터뷰를 했는데 눈물이 엄청 나더라. 아쉬움의 눈물이 아니고 후련함, 기쁨의 눈물이었다. 오늘도 제 감정에 충실하겠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유한준은 지난해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은퇴 경기에 임하는 선수에 한해 특별 엔트리를 허용했지만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 후배들을 위해 정중히 거절했다. 아쉽게도 유한준의 은퇴식 날 KT는 키움에 0-3으로 패했다. 팀을 떠나는 대선배를 위해 후배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끝내 패했다.



그리고 경기 후 은퇴식 행사가 열렸다. 헌정 은퇴 영상이 먼저 송출됐다. 이강철 감독부터 KT 선수들, 유한준의 은사, 전현직 동료들까지 은퇴를 축하하는 영상을 남겼다.

이어 유한준이 은퇴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30여 년 전 수원야구장에서 야구를 시작했던 꼬마 야구선수가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수원야구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한다. 은퇴를 결정하고 제가 가장 많이 드는 생각 중 하나가 감사함과 행복함이었다. 부족한 저를 끝까지 믿어주셨던 이강철 감독님 감사드린다. 뒤에서 묵묵히 고생하신 코칭스태프, 프런트 식구들, 트레이너 선생님 모두 감사드린다. 오랜 시간 저와 동고동락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눠준 박경수를 비롯한 KT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학창시절 힘들었던 나를 나를 이끌어주신 유신고 이성열 감독님께도 감사 인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제가 참 감사 드릴분들이 많이 계신데, 가장 감사 드릴 분이 계신다. 지금껏 넘치는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들이다.여러분의 사랑과 열정이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원동력이었다. 여러분 그간 KBO리그를 거쳐간 전설적인 선수들보다 좋은 기록으로 은퇴를 한다고 말씀드릴 순 없다. 하지만 그 어느 선수보다 정말 가장 행복하게 은퇴를 맞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나 뒤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팬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간신히 눈물을 참은 유한준은 계속해서 "가장 행복한 은퇴를 한 선수다. 나의 은퇴 경기는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였다. 많은 팬분들의 축하가 허락됐다. 팬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영광스러운 행복한 자리가 허락됐다"고 했다.


유한준은 "저의 야구 인생을 함께해주신, 함께 동행해주신 모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여러분에게 받았던 사랑을 보답하고자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드리겠다. 마지막으로 저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신 부모님, 장인장모님, 운동하는 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했던 누나와 가족들, 항상 큰 힘이 되어준 아내와 두 딸에게 고생했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 여러분,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은퇴사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유한준은 베이스런닝으로 은퇴식으르 마쳤다. 홈부터 1루까지는 KT 선수들이, 1루부터 2루까지는 유신고 후배들이 그리고 2루부터 3루까지는 팬들이 나란히 서 유한준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다. 유한준은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작별을 고했다. KT 선수들은 유한준을 헹가래를 치며 축하했다.

유한준은 화려한 불꽃 놀이를 감상한 뒤 팬들의 마지막 응원가를 들으며 은퇴식을 마무리했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한준은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처음 시즌 3할 타율을 올렸고 2020시즌(0.280)을 제외하고 매 시즌 3할 행진을 벌였다. 2015년 KT와 FA 계약을 맺고 마법사 일원이 됐다. 2020시즌 창단 첫 포스트 시즌 진출과 2021시즌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끄는 등 신생팀 성장의 중심에 섰다.

선수 시절 동안 성실함과 솔선수범 리더십, 그리고 프로 의식으로 '무한준', '수원의 아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등은 유한준을 상징하는 수식어가 됐다. 프로 통산 18시즌 동안 165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 151홈런, 883타점, 717득점 등을 기록했다.

유한준이 KT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유한준이 KT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유한준이 은퇴식 후 KT 선수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유한준이 은퇴식 후 KT 선수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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