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루 식용윳값 2만원→10만원…"속 뒤집어져" 호떡장사의 한숨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2.05.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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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쯤 서울 남대문시장 골목에서 시장상인 A씨가 호떡을 굽고있다. 호떡 기계에 들어가는 기름은 18L 두 통. A씨는 18L기름 한 통을 5만원 선에서 구매했다. 하루치 호떡을 만들기 위해 약 10만원어치의 기름이 사용된다. / 사진 = 하수민기자13일 오전 10시쯤 서울 남대문시장 골목에서 시장상인 A씨가 호떡을 굽고있다. 호떡 기계에 들어가는 기름은 18L 두 통. A씨는 18L기름 한 통을 5만원 선에서 구매했다. 하루치 호떡을 만들기 위해 약 10만원어치의 기름이 사용된다. / 사진 = 하수민기자


"이 기계에 딱 기름 2통이 들어가는데 벌써 이것만 해도 10만원이에요."

서울 남대문시장 초입에서 10년간 호떡을 판매하고 있는 50대 상인 A씨가 최근 가파르게 오른 식용윳값에 혀를 끌끌 찼다. A씨가 하루에 호떡을 판매하기 위해 사용하는 식용유 양은 18L 두 통. A씨는 "최근에 18L 기름 한 통을 거의 6만 원 가까이 주고 구매했다"며 "2∼3년 전만 해도 2만 원을 안넘었는데 이제는 6만 원을 넘을 기세다. 기름 사는 게 제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네시아 팜유 중지 등으로 식용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른바 '식용유 대란'이 현실화했다. 기본 식재료로 꼽히는 식용윳값이 지속해서 상승하자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트레이더스 매장 20곳에 1인당 식용유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했다. 외국계 창고형 할인마트인 코스트코도 전 지점 일부 식용유 제품을 1인당 1일 1개 구매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해바라기유 포도씨유 등 식용유 가격의 경우 하나가 오르면 연쇄적으로 오르게 되는 현상을 보인다"며 "올리브유 빼고는 다 올랐다. 다른 식용유들도 작황이 안 좋거나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로 전체적으로 좀 다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물량이 없다'는 말들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사이에서 퍼지다 보니까 고객들이 '이거 많이 사놔야겠는데'라고 생각할 수가 있어서 대용량을 파는 창고형 마트만 개수 제한을 걸어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오전 10시쯤 서울 남대문시장 안 빈대떡 골목안 'ㅅ'식당. 사장 추재상씨가 식용유 주문 계약석를 보여주고 있다. 추씨는 오는 21일부터 18L 기름 한통을 5000원 오른 56000원을 주고 구매해야한다. /사진=하수민기자13일 오전 10시쯤 서울 남대문시장 안 빈대떡 골목안 'ㅅ'식당. 사장 추재상씨가 식용유 주문 계약석를 보여주고 있다. 추씨는 오는 21일부터 18L 기름 한통을 5000원 오른 56000원을 주고 구매해야한다. /사진=하수민기자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10여 년간 전집을 운영한 추재상(58)씨는 한숨을 내쉬며 취재진에게 '다음부턴 5000원 인상합니다'고 쓰여 있는 식용유 주문 계약서를 보여줬다.

추씨는 2주마다 한 번씩 식재료를 구매한다. 오는 21일에는 5000원 인상되는 금액인 5만6000원을 주고 기름 한 통을 구매해야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동일한 브랜드의 같은 용량의 기름을 4만6000원에 구입했다. 6개월 만에 가격이 약 120% 올랐다.


추 씨는 "재료비에 인건비에 안 오르는 게 없다"며 "그나마 우리는 큰 기름통을 10개씩 구매해서 이 정도 금액에 사는 건데 1~2통씩 사는 사람들은 더 비싸게 주고 살 것"이라고 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오뚜기 콩기름(900mL)의 5월 평균 판매가격은 4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3674원)보다 33.8% 올랐다. 같은 기간 해표 식용유(900mL)도 4071원에서 4477원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물가를 잡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가격 조정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보다도 장기적으로 국제적 협력관계망을 구축해 안정적인 전략물자 공급망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황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진을 겪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가가 나서서 단기적으로 가격 조정을 하는 것보다는 지난해 인도네시아하고 '세파(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를 체결한 것처럼 국제협력관계를 늘려가는 것이 주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 국제 정세나 국제적 흐름에 대해서 좀 더 민감하게 관찰하고 데이터를 축적한 뒤 전략 물자 공급망을 관리하고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지금 대러시아 경제 제재와 전쟁으로 인해서 물가 불안이 비롯되는 것처럼 앞으로도 틀림없이 이제 그런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장기적인 대비 시스템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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