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차세대 항암제 임상 결과 '실망'…해당기전 아직 끝난거 아니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05.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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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차세대 항암제 임상 결과 '실망'…해당기전 아직 끝난거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하는 TIGIT 항체 면역항암제가 임상 3상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TIGIT 억제제는 PD-1/L1 타깃의 면역항암제 뒤를 이어 차세대 치료제로 각광받았던 만큼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한양행 (77,400원 ▲1,100 +1.44%)·한올바이오파마 (38,050원 ▼600 -1.55%) 등이 항TIGIT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가운데 선행 연구의 결과가 국내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로슈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항TIGIT 면역항암제인 티라골루맙+티쎈트릭 병용 요법과 티쎈트릭 단독 요법을 비교한 임상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치료제는 PD-L1 고발현의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임상 결과 티라골루맙과 티쎈트릭 병용 요법이 공동 1차 평가변수 중 하나인 무진행 생존 기간(PFS)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또 다른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 기간(OS) 결과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해 연구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로슈는 지난 3월 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에서도 티라골루맙과 티쎈트릭, 항암 화학 병용 요법을 평가한 임상 3상 시험에서 무진행 생존 기간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TIGIT 항체 임상의 연속된 실패로 업계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로슈의 티라골루맙과 티쎈트릭 병용 투여 요법은 2년 전 임상 2상 결과에서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71%나 줄인 것으로 나왔다. 이에 TIGIT 타깃 치료제는 PD-1/L1을 억제하는 기존 면역항암제에 이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았다.

주요 면역항암제 제품 매출은 오는 2024년 최대 519억 달러(약 64조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 면역항암제 시장은 PD-1이나 PD-L1 타깃의 치료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당 기전으로 경쟁이 치열해 새로운 작동 원리의 항암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로슈를 비롯해 머크, BMS,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항TIGI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항TIGIT은 PD-1 타깃 치료제 이후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부각 받았다"며 "이번 로슈의 임상 실패로 PD-1 치료제를 따라잡으려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한올바이오파마, 큐로셀이 TIGIT를 억제하는 기전의 항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전임상 등 개발 초기 단계고 항TIGIT 치료제가 계속 연구되는 만큼 섣부른 우려는 필요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은 'YH29143'라는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전임상 진행 중이다. 큐로셀은 CAR-T 세포치료제 'CRC01'을 연구 중인데 자체 개발한 'OVIS'라는 기술을 적용시켰다. 환자에 T세포를 주입함과 동시에 PD-1과 TIGIT을 함께 억제하는 기술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 (122,100원 ▲600 +0.49%)과 항TIGIT 면역항암제 'HL187'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연구 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됐다. 내년 임상 1상 진입이 예상된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로슈의 결과가 좋았더라면 우리 파이프라인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긴 하다"면서도 "아직도 TIGIT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들이 많다. 한 회사의 임상 결과가 안 좋다고 해서 해당 기전이 끝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대호 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로슈의 해당 임상 실험은 통계학적 유의성을 못 맞춘 것"이라며 "이게 그래프상 목표를 맞추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약의 효과가 없는 건지는 아직 모른다. 실망스럽긴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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