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고 싶다"는 문재인, 잇따른 고발들…잊힐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정경훈 기자 2022.05.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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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월성 1호기 조작·김정숙 여사 옷값 의혹 고발 수사…'북한 석탄' 의혹도 다시 고개 드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뉴스1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후 전 정부의 비위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퇴임 후 잊히고 싶다"던 문 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관련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탈원전국정농단 국민고발단' 등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일 문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했다. 시민 2600여명이 고발인으로 참여했다.



고발인 대표로 나선 강창호 에너지흥사단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공약 조기 실현을 목표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원전 백지화 등을 강행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며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월성 1호기 원전 가동을 즉시 중단할 목적으로 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을 책임자로 보고 이들을 기소했고, 다음달 7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백 전 장관보다 윗선인 문 전 대통령이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검찰은 백 전 장관 등의 공소장에서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을 3회, 대통령 직책을 40여회 언급해 문 전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2일 내부시스템을 통해 월성 1호기 정비상황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후 백 전 장관 등이 월성 원전 즉시가동 중단을 최대 현안으로 삼아 밀어붙였을 것이라는 게 검찰 시각이다.

지난해 12월 산업부 공무원 3명의 형사재판에서도 '청와대'가 언급된 바 있다. 이들은 월성 원전 사건에서 관련 실무를 맡았던 이들로, 감사에서 문제될 것을 우려해 자료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공판에서 검찰은 "원전 즉시 가동중단은 청와대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기 때문에 감사원에 제출되면 파장이 클 것 같으니 제출하지 말자고 (공무원들이) 말했다는 진술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와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인데, 실무진만 감사를 받게 돼 짜증난다"는 온라인 대화내역도 확보돼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백 전 장관 수사에서 여러번 언급된 데다 관련 증거까지 확보된 만큼, 검찰이 수사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직접 확인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9월 시행되는 검수완박 법률을 이번 사건의 중대 변수로 보고 있다. 검수완박 법률 시행 이후 검찰은 공무원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잃게 된다. 백 전 장관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는 공무원에 대해서만 성립하는 범죄라 공무원범죄 수사권이 없다면 검찰 수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었던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도 시민단체 고발을 받아 지난달 경찰 수사가 개시됐다. 청와대가 특수활동비 예산을 끌어다 김 여사의 옷값을 댔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납세자연맹이 청와대 특활비 예산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내 승소한 바 있다.

청와대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기록 공개를 거부했다. 문 전 대통령 퇴임으로 관련 기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돼 최장 30년 간 비공개된다. 이를 열람할 방법은 강제수사만 남은 상황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고등법원장이 발부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강제열람이 가능하다. 검찰은 2008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 수사, 2013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수사, 2017년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의혹 수사 등 3번의 수사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 초기 특별검사 수사까지 거론됐던 북한 석탄 밀반입 사건 수사가 개시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석탄 수입업자들이 2017년 4~10월에 걸쳐 북한산 석탄과 선철 3만5000여톤을 국내에 밀반입한 사건이다. 당시 북한산 석탄과 선철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의해 거래 전면 금지 품목으로 지정돼 있었다.

검찰은 수입업자들을 기소하는 것으로 일단 사건을 끝맺었다. 이들 업자가 어떻게 북한산 석탄을 확보했는지 밝히지 못한 채 공소장에 '불상의 방법'이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당시 야권에서는 이 사건을 수입업자들의 일탈로 규정할 수 없다며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했었다. 특히 정부가 수개월 전부터 석탄 밀반입 첩보를 입수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사건 조사를 맡은 관세청도 10개월이나 지나서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점, 이 기간 동안 이 사건과 연관된 선박 등에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윗선' 개입이 의심스럽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석탄 의혹은 여러 조사과정을 거쳤음에도 드러나지 않은 게 많아 '뭔가 이상하다'는 말이 많았다"라며 "새 정부에서 진상 규명에 나설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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