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미국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 절벽' 협상을 두고 공화당과 극한 대립을 했다. 새 예산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폐쇄되고, 경제가 수렁에 빠질 수 있었다. 오바마는 2012년 재선에 성공한 뒤 부자 증세, 총기 규제, 이민법 등 굵직한 이슈들을 밀어붙였다. 야당의 협조가 필수였지만, 공화당을 직접 상대하지 않았다. '국민과의 대화' 방식을 통한 여론전을 펼쳤다. 야당과의 틈이 갈 수록 벌어졌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오바마가 꺼낸 카드는 '밥 한 끼'였다. 공화당 상원의원 12명과 백악관 인근 호텔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개인 호주머니를 털어 식사비도 계산했다. 때론 오찬을 함께 했고, 의회를 찾아 의원들과 개별 접촉했다. 전화를 통한 설득에도 나섰다. 개혁법안 관철을 위해 의원들을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 설득하거나 지역구를 방문하는 의원 일정에 맞춰 대통령 전용기로 함께 출장도 갔다.
대통령의 밥 한 끼가 떠오른 것은 '용산 시대'에 맞춰 공개된 대통령실 5층 배치도를 보면서다.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으로 경호처장실 국가안보실장실 비서실장실이, 건너편에 사회수석실 경제수석실 홍보수석실 시민사회수석실 정무수석실이 위치한다. 대통령과 주요 참모들이 한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며 격 없이 국정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정무수석실 배치가 설마 정치를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아닐 게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과 우려 불식을 위해, 나아가 소통 강화라는 집무실 용산 이전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여의도를 자주 찾았으면 한다. 소통하겠다며 광화문 청사 공약을 했다 청와대로 들어가 임기 내내 '편 가르기' 정치를 일관한 전임자를 반면 교사 삼아야 하다. 기존 청와대보다 물리적 거리도 훨씬 가까워지지 않았나. 특히 민주당 상임위원장, 상임위 간사, 원내대표를 수시로 찾아 협조를 요청하는 오바마식 '식사 정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회의사당 사랑채도 좋고, 본관 의원식당도 괜찮다.
지난 10일 국회 앞 마당에서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 그 시간 파란 하늘과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선명하게 떴다. '진영의 길조' '대통령의 길조' 아전인수 해석을 내놓지만, '희망의 서광' 일곱 빛깔 조화로운 무지개다. 협치와 통합의 길을 가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었을까.
![대통령이 의원식당에서 밥 한끼 한다면…[광화문]](https://thumb.mt.co.kr/06/2022/05/2022051209141245183_1.jpg/dims/optimize/)